십수 년간 공장서 현장 배워…지금의 LG 만든 구자경 누구

14일 오전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별세
공장서 20여년간 경영 수업받아
재임 기간 동안 LG매출 260억원→30조원
은퇴 후에는 자연과 여생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14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94세. 사진은 1995년 2월 여의도 트윈타워 대강당에서 LG그룹 총수로서의 마지막 행사인 경영이념선포 5주년 행사를 주관하던 구 명예회장의 모습/사진=연합뉴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14일 향년 94세로 별세하면서 지금의 LG를 일궈낸 구자경 명예회장의 일대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고(故) 구인회 창업 회장의 장남으로 그룹 2대 회장을 지냈다. 1970년 45세의 나이에 LG그룹 회장에 올라 25년간 그룹을 이끌었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LG그룹의 지금 모습으로 바꾼 혁신 전도자이자 창업 초기부터 회사운영에 합류해 LG를 일궈온 1.5세대 경영인이었다.

1925년생인 구자경 명예회장은 LG그룹 2대 회장이 되기 전에 십수 년 동안이나 공장생활을 하며 경영을 배웠다. 흔히 창업 2세의 경영수업이라 함은 영업, 기획분야, 해외지사 등 실무를 거치고 경영자로 나가는 것이 익숙한 관행이라 재계선 '너무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 경험 덕택에 구자경 명예회장은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알았다. 혁신의 답이 현장에 있다는 것을 주지했던 구자경 명예회장은 LG그룹을 지금 모습으로 바꾼 혁신의 전도사다. 한창 원숙한 경지에 이른 70세에 은퇴를 선언하고 젊은 세대애게 경영을 물려준 '참 경영인'이다.

구 명예회장은 진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지수보통학교를 거쳐 부산사범대 부속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던 1950년, 부친의 부름을 받아 락희화학에 입사해 서울의 화장품연구소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하루걸러 숙직을 하며 새벽부터 몰려오는 도매상들을 맞았고,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공장가동을 준비했다.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허름한 야전점퍼에 기름을 묻히고 다녔다.

이후 타계한 구인회 회장 뒤를 이어 1970년부터 만 25년 동안 2대 회장으로 재임한 구자경 명예회장은 재임 기간 동안 LG의 매출을 260억 원에서 30조 원대로 성장시켰다. 사원수도 2만 명에서 10만 명으로 증가했다.

1950년대에서 1960년대 말에 이르기까지 LG는 부산의 부전동공장, 연지공장, 동래공장, 초읍공장 등 생산시설을 연이어 확장하며 화장품, 플라스틱 가공 및 전자산업에서 국가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주력사업인 화학과 전자 부문은 부품소재 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해 원천 기술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를 이루며 지금 LG의 모습을 갖출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1995년 4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구자경 명예회장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장남 구본무도 1975년부터 20년 동안 그룹 내 여러 현장을 두루 거치면서 후계자 수업을 받게 하였다.

은퇴 후 구자경 명예회장은 평소 갖고 있던 소박한 꿈이었던 분재와 난 가꾸기, 버섯 연구에 정성을 기울이는 등 회사생활 50년 만에 맞은 자유인의 삶을 자연 속에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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