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문화결산] 드라마 대작 러시, 알짜는 기본 충실한 작품

예능 키워드는 나영석·김태호·미스트롯, 그리고 펭수는 광풍

방송사 경영난에도 올해 역시 막대한 제작비를 내세운 대작 드라마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시청자 선택은 기본, 즉 스토리텔링에 충실한 작품들이었다.

예능에서는 여전히 굳건한 '나영석 파워'와 돌아온 김태호 PD-유재석 콤비의 활약, KBS 2TV '1박2일', JTBC '뭉쳐야 찬다' 등 스포츠 예능 흥행이 주목할 만했다.

EBS가 내놓은 펭귄 캐릭터 '펭수'는 광풍에 가까운 신드롬을 일으켰다.
◇ 스토리 살린 지상파 약진, 보릿고개 길어진 CJ ENM
2019년은 비지상파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JTBC 'SKY캐슬'로 문을 열었지만 '알짜'는 지상파가 챙겨갔다.

특히 KBS 2TV의 경우 상반기에는 주말극 같은 포맷을 평일 미니시리즈로 옮겨온 문영남 작가의 '왜그래 풍상씨'가, 하반기에는 소외된 이들을 위로한 임상춘 작가의 '동백꽃 필 무렵'이 시청률 20%(닐슨코리아)를 돌파하면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장동윤과 김소현, 두 청춘스타를 내세운 로맨틱코미디 사극 '녹두전'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주말극은 최수종의 '하나뿐인 내편'이 49.4%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분위기다.

30~40%대 시청률은 거뜬하다는 KBS 주말극 공식이 깨지고, 20%대로 추락한 데 이어 10%대까지 나오는 현상도 발생했다.

SBS TV는 김남길을 내세운 액션극 '열혈사제'로 히트를 기록했다. 스타작가 박재범의 통쾌한 스토리라인과 스타일리시하고도 코믹한 연출의 합이 맞아떨어지면서 시청률 20%를 돌파했고, SBS가 도전한 금토극 편성에 청신호를 켰다.

반면, 250억원 제작비를 들인 '배가본드'는 투자 대비 아쉬움을 낳았다.

MBC TV는 '검법남녀'로 지상파 시즌제 드라마 시대를 여는 데 공헌했다.

법의학과 괴짜 법의관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택한 '검법남녀'는 시즌2에서 더 탄탄해진 에피소드와 익숙해진 캐릭터를 보여주며 완성도와 흥행 면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반면, '드라마 왕국' CJ ENM은 올해 '호텔 델루나'를 제외하면 '기근' 수준이었다.

건국 이래 최대 비용, 540억원을 투자한 '아스달 연대기'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은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날 녹여주오' 등 주요 주말극도 힘을 쓰지 못한 가운데 연말 현빈-손예진을 내세운 '사랑의 불시착'에 '올인'해야 하는 셈이 됐다.

종합편성채널에서는 MBN '우아한 가' 정도가 히트작에 이름을 올렸다.
◇ 다시 성사된 나영석-김태호 구도, 그리고 '미스트롯'
올해도 '스타PD' 나영석은 '열일'했다.

그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다는 tvN '신서유기' 시리즈는 안재현의 부재와 관계없이 막강한 웃음을 생산해냈고 '스페인 하숙'과 '커피프렌즈'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무한도전' 시즌 종영 후 휴식하던 김태호 PD-유재석 콤비가 하반기 합류했다.

이 콤비는 '놀면 뭐하니?'에서 릴레이 카메라에 도전장을 내밀고 이런저런 잡다한 프로젝트를 시도하더니 결국 '뽕포유' 프로젝트에서 대히트했다.

신인 트로트 가수로 변신한 유재석은 MBC는 물론 KBS 등 타 방송까지 진출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올해 예능 하면 빠질 수 없는 프로그램 중 최고봉은 역시 TV조선 '미스트롯'이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돌로 점철된 오디션 예능계에 트로트를 들고나오며 새로운 획을 그었다.

시청률은 18.1%까지 찍으며 종편 예능 사상 최고 성적을 냈고, 송가인이라는 대스타도 발굴했다.

이후 KBS 1TV '트로트가 좋아', '보이스퀸' 등 후속 주자들도 성공을 거뒀으며, TV조선은 남성 출연자를 내세운 '미스터트롯'을 내년 1월 선보이겠다고 선언했다.
KBS에서는 정준영 불법 촬영 파문 이후 공백기를 가진 '1박2일'이 복귀하면서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일요일 밤 9시대로 옮겨 SBS TV '미운 우리 새끼'와 격돌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포맷은 그대로, 출연진만 바꿔 돌아온 '1박2일'은 첫 방송부터 15%대 시청률을 찍으며 여전한 저력을 과시했다.

또 올해는 JTBC '뭉쳐야 찬다', KBS 2TV '씨름의 희열' 등 스포츠 스타들을 내세운 예능이 주목받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허재는 농구코트 시절 부럽지 않은 전성기를 보냈다.

TV 예능은 아니지만 EBS가 낳은 펭귄 캐릭터 '펭수'는 올해를 대표하는 신드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 방송 캐릭터답지 않은 'B급 감성', 그리고 툭툭 내뱉는 말 속에 담긴 진짜배기 의미가 학부모, 직장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방송사는 물론 정부 부처들까지 줄을 서게 만든 펭수 신드롬은 '굿즈 대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다. 엠넷 아이돌 오디션 예능 '프로듀스 101' 시리즈는 수사기관에서 투표 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관련 그룹들은 활동을 모두 중단했으며, 엠넷은 물론 CJ ENM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