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확산에 대학가도 동참…시험기간 간식에 '비건메뉴' 포함

"먹고 싶은 것 선택할 권리 보장하는 것…다양한 신념·가치 존중해야"
"기말고사 간식 받아 가세요! 이번에는 간식 전부를 '비건'식으로 준비했습니다. 걱정하시는 분들을 위해 성분표도 함께 나눠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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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캠퍼스. 이 학교 총학생회는 기말고사 기간을 맞아 학생들에게 샌드위치 등 간식을 제공하면서 120인분 전체를 비건(vegan, 육류·해산물·유제품 등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식으로 준비해 관심을 모았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최근 채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모든 학생이 채식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장을 만들려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뜻하지 않게 채식주의를 잠시나마 접하게 된 학생들은 새로운 경험을 했다는 반응이었다.

4학년 송모(24)씨는 "학교 주변에 비건을 위한 식당이 많지 않다"면서 "이번 행사를 통해 비건 분들이 평소 겪는 불편함과 막막함에 공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육식을 지양한다는 4학년 강모(23)씨는 "채식을 접할 기회를 얻어 좋았다"고 했다. 15일 대학가에 따르면 각 대학이 최근 2학기 기말시험을 치르는 가운데, 학생회 등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간식 배부행사에서 채식주의자들을 배려한 메뉴가 종종 등장해 눈길을 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지난 4일 기말고사를 앞두고 채식하는 학생들을 고려해 유제품이 들어가지 않은 '아몬드 우유'와 포도당 캔디 240인분을 따로 준비했다.

숙명여대 총학생회는 지난 3∼4일 비건 간식 400인분과 논비건(non-vegan·비건이 아님) 간식 200인분을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채식 여부에 상관없이 제공하는 두유, 과자 등 공통 간식 외에 비건을 위한 야채 주먹밥 등을 따로 마련했다.

대학가에서 이처럼 '비건 간식' 문화가 확산하는 것은 채식 동아리가 늘어나는 등 비건 학생이 증가하고, 동물권 등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려는 인식도 퍼진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한국채식연합 이원복 대표는 "대학에서 개인의 생각을 존중하고, 먹고 싶은 것을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이라며 "'주는 대로 먹어야 한다' 등 강압적 태도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가 다양한 신념과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비건 간식 행사를 썩 반기지 않는 반응도 있다. 자신이 논비건이라고 밝힌 대학생 A(23)씨는 "대학 내 비건은 실제로 많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비건 간식이 지나치게 많이 준비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