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또다른 전략무기' 개발 의지 드러내…신형ICBM 여부 주목

엿새만에 동창리서 '7분간 엔진연소시험'…정보당국 "다단로켓 개발"
北, 전략무기 실체 아직 미공개…'정찰위성 발사용 대형로켓' 개발 시각도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이달 들어 두차례 시행한 엔진 연소(분사)시험의 자료와 기술이 미국의 핵 위협을 견제·제압하기 위한 또 다른 전략무기 개발에 적용할 것이라고 밝히자 다음 행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북한은 지난 7일과 13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인근 수직형 로켓엔진 시험대에서 두차례 엔진 연소시험을 한 것으로 한미는 파악하고 있다.

미국이 최근 연이어 최첨단 정찰기를 한반도 상공에 띄워 대북 감시 비행을 한 것은 북한의 이런 일련의 행위가 추구하는 목적을 파악하려는 의도였다.

미국 첩보위성 등 정찰자산은 북한 미사일 개발의 산실인 평양 산음동 일대를 비롯해 동창리 인근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다.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의 두차례 엔진 연소시험은 '신형 다단(多段) 로켓'을 개발하려는 목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이 이 다단로켓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활용할지 또는 정찰위성 발사용으로 쓸지에 대해서는 아직 평가를 못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두차례 시험과 관련,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남한의 합참의장 격)은 전날 담화를 통해 "최근에 진행한 국방과학연구시험의 귀중한 자료들과 경험 그리고 새로운 기술들은 미국의 핵 위협을 확고하고도 믿음직하게 견제, 제압하기 위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또 다른 전략무기 개발에 그대로 적용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박 총참모장은 또 다른 전략무기가 어떤 것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의 핵 위협을 견제하고 제압하기 위한 전략무기라고 목적을 밝혀 '신형 ICBM'이나 미군 및 한미 연합군의 동태를 사전에 탐지할 수 있는 정찰위성 개발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2017년 ICBM급으로 평가되는 '화성-14형'(7월 4일)과 '화성-15형'(11월 29일)을 잇따라 발사했다.화성-14는 '최대 고각발사' 방식으로 2천802㎞까지 올라갔고, 933㎞를 비행했다.

역시 고각 발사 방식으로 쏜 화성-15형은 고도 4천475km까지 올라갔다가 950km를 비행했다.

군 당국은 두 미사일을 ICBM급으로 평가한 바 있다.

이미 두차례 ICBM급의 능력을 보여준 북한이 또 ICBM을 개발한다는 관측에 대해 선뜻 납득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이에 일부 전문가는 ICBM급 미사일의 엔진 성능을 개량해 기술적으로 진전된 신형 ICBM을 개발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두차례 ICBM급 미사일 경험을 바탕으로 ICBM 고도화를 계속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북한이 지난 13일 동창리에서 실시한 엔진 연소시험에 대해 밤 10시 41분부터 48분까지 '7분간' 이뤄졌다고 구체적으로 밝힌 점은 신형 ICBM 개발을 시사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7분간의 시험 시간은 다른 나라 ICBM의 2단 엔진 연소 시간과 비교하면 유사성이 크다는 것이다.

보통 ICBM 1단 엔진은 3~5분가량 연소하는 데 2단 엔진은 다단연소(켰다 끄기)를 2~3회가량 할 수 있으므로 7분간 연소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북한에서 발사한 ICBM은 미국 본토까지 30분 남짓 비행할 것으로 추산된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ICBM의) 1단 엔진은 127초가량 연소한다"면서 "(북한이 공개한 시험 시간을 고려하면) ICBM 발사를 위한 2단 엔진을 시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북한은 이번에 10~20t의 2단 엔진을 새로 개발해서 시험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 새 엔진은 143초가량 연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보다 확실하게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이라고 발표했으니 ICBM과 관련된 엔진 실험임에는 틀림없다"면서 "여전히 고체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다단연소 사이클 액체엔진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던진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북한이 진행한 엔진 연소시험이 정찰위성 발사용 대형 로켓을 개발하려는 목적이라는 시각도 여전히 강하다.

두 차례 ICBM급 미사일을 발사해 성공했다고 평가한 북한이 ICBM이 아닌 다음 단계로 위성체를 발사할 것이란 주장이다.

북한이 두차례 시험에 대해 '전략적 지위',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이라고 언급한 것은 정찰위성을 의미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북한의 과학기술 수준과 로켓 개발 속도 등을 고려할 때 해상도 1m급의 정찰위성을 충분히 개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은 "만약 이번(13일) 시험이 2단 엔진이고 인공위성이라고 한다면 7분 (연소)시간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정보당국의 한 소식통은 "북한이 다단로켓을 개발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면서 "북한이 2017년과 같이 ICBM으로 회귀할지, 아니면 정찰위성을 발사할지는 아직 속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군의 한 소식통도 "북한이 새로운 발사체 성능을 완성한 단계로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발사체를 어떤 군사적 용도로 사용할지는 북한의 선택에 달린 것 같다.이번 달 중으로 미국의 태도를 보면서 최종 선택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