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의 '세금주도성장' 2년…전체 가구 절반이 '현금복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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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 비어가는데 현금 살포
기초연금·아동수당·근로장려금…
지원 대상 넓히고 요건 대폭 완화
일해서 돈 버는 비중 갈수록 줄어
15일 추경호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통계청 가계동향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3분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현금 복지 지원을 받은 가구는 843만9718가구였다. 전체 가구의 45.1%에 이른다. 여기서 현금 복지는 국가 지원금을 뜻하는 ‘공적 이전소득’에서 개인의 기여분이 있는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과 연말정산 환급금을 제외한 ‘순수한 복지 수혜’만 집계한 것이다. 기초연금, 실업급여, 아동수당, 근로장려금, 청년수당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현금 복지 수혜 가구 비율은 3분기 기준 2014년 34.1%에서 2015년 36.3%로 높아진 뒤 2016년 36.4%, 2017년 35.7% 등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41.7%로 확 뛰었고 올해 45%를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 새 약 10%포인트 급증한 것이다.
정부가 각종 현금 복지 사업을 신설하거나 대폭 확대한 영향이 크다. 대표적인 게 아동수당이다. 만 6세 미만 아동을 키우는 가구에 한 달 10만원씩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이 제도를 도입해 소득 하위 90% 가구의 아동 241만 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고소득자에게까지 세금 지원을 하는 건 재정 낭비’라는 비판이 일었지만 정부는 도리어 지원 대상을 더 늘렸다. 올 4월엔 소득에 상관없이 지급하는 것으로 바꿨고, 9월부터는 만 7세 미만까지 혜택을 주고 있다. 그 결과 지원 대상이 60만 명 더 늘었다. 지난해와 올해 아동수당에 투입된 예산은 2조8400억원에 이른다.정부는 일하는 저소득 가구를 지원하는 근로장려금(EITC)도 소득·재산 요건을 완화해 일부 중산층도 받을 수 있게 했다. 이 영향으로 EITC 수급 가구가 작년 170만 가구에서 올해 388만 가구로 두 배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빠른 고령화 영향으로 기초연금 수급자도 급증하고 있다. 2017년 487만 명에서 올해 539만 명으로 52만 명 늘었다. ‘소득 하위 70%라는 지원 범위가 넓어 여유 있는 노인까지 혜택을 본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정부는 지원 대상은 그대로 둔 채 지원 수준만 높이고 있다. 20만원이던 월 지급액을 작년 25만원으로 올렸고, 올해 하위 20%는 30만원으로 인상했다.
근로소득 있는 가구는 줄어스스로 일해서 돈을 버는 가구는 줄고 있다. 올 3분기 근로소득이 있는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68.7%로 역대 최저였던 지난해와 같았다. 이 비율은 2017년 70.2%였으나 지난해 68.7%로 낮아졌고 올해도 반등에 실패했다.
자영업 소득 등 사업소득이 있는 가구 비율도 2017년 32.1%, 지난해 29.5%, 올해 29.0% 등 내리막길이다. 경기 침체가 심해지는 와중에 최저임금 급등 등 정책적 요인이 겹치면서 자영업 폐업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영향으로 전체 가구 소득에서 근로·사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87.8%에서 올해 87.0%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금 복지 등을 포함한 이전소득 비중은 9.9%에서 12.3%로 늘었다.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정도가 심해졌다는 뜻이다.추 의원은 “근로를 통해 수입을 얻는 가구 비율은 감소하고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가구 비율이 늘어나는 건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로 경제가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라며 “현금 복지 대신 질 좋은 민간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 번 확대한 복지는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추세면 국가 재정 부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취약계층이라도 스스로 일해서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직업교육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