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뫼의 눈물' 도시재생으로 극복했죠"

안드레아스 숀스트룸 말뫼 부시장
"제조업에 목매선 안돼" 조언도
“부산·울산·경남의 제조업을 다시 살릴 수는 없습니다. 도시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게 우선입니다.”

안드레아스 숀스트룸 스웨덴 말뫼시 부시장(사진)은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베트남 등 모든 나라가 저가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조업을 부흥시켜 도시를 활성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12일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주관한 ‘제7회 국제주택도시금융포럼’에 참석해 말뫼시 도시재생의 노하우를 전했다.숀스트룸 부시장은 조선업이 중심이었던 말뫼시가 정보기술(IT) 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1994년 시작한 도시재생사업을 지목했다. 그는 “시민과 기업인, 노조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버려진 조선소 터와 공장지대를 주거, 비즈니스가 가능한 곳으로 바꾸는 ‘미래형 도시계획’을 추진했다”며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공통으로 추구하는 목표를 만들어 이견을 조율해가는 과정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스웨덴 제조업 상징이었던 말뫼시는 1986년 제1위 조선소인 코쿰스(KOCHUMS)가 문을 닫으면서 도시의 자족 기능을 상실했다. 지역 실업률은 1%에서 최고 23%까지 치솟았고 시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다른 도시로 탈출하는 ‘인구 엑소더스’가 시작됐다. 2002년 9월에는 말뫼 서부항에 있던 1500t급 크레인을 한국의 현대중공업에 1달러에 팔면서 그 회한이 ‘말뫼의 눈물’이라 비유되기도 했다.

숀스트룸 부시장은 최근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미 기반이 무너진 제조업을 다시 살리는 방법보다 관광자원 활용 등으로 변화를 모색하는 편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또 “도로, 다리 등 도시 인프라의 중요성을 경시해선 안 된다”며 “말뫼시는 코펜하겐을 연결하는 7845m길이의 ‘외레순대교’ 덕분에 교통·물류비용이 줄어 활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