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부자만 집 사라는 대책…일시 억제효과 있겠지만 결국 오를 것"

12·16 부동산 대책 - 전문가 진단

초강력 수요억제책이지만…
공급대책 빠진 단기처방
사진=한경DB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16일 발표한 ‘12·16 부동산 대책’이 과열된 주택 투자 심리를 당분간 위축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시가 9억원이 넘는 주택에 전세·매매 대출이 대폭 금지되면서 주택 구입 자금줄이 대거 막히는 탓이다. 정부가 10년 이상 보유 주택에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배제하기로 하면서 품귀를 빚는 부동산 시장에 매물이 풀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부동산 대책에 핵심 축인 공급 확대안이 턱없이 부족해 중장기적으로는 서울 등의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강남 진입할 길 막혔다”대다수 전문가는 이번 대책으로 서울 집값이 단기적 관망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대출, 세금, 청약 등 규제를 총망라한 고강도 대책이어서다.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대출 규제 강화’를 핵심으로 꼽았다.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주택담보대출 가능 금액을 40%에서 20%로 줄이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15억원 초과 주택은 아예 대출을 막았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15억원 이상 주택을 구입할 때 대출이 원천 금지되면서 강남권 고가주택 진입은 앞으로 어려워질 것”이라며 “9억원 이상 주택에 전세자금 대출도 막히면서 시세 차익을 노린 갭투자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홍춘욱 EAR 대표는 “시중에 막대한 전세자금 대출금이 저금리로 풀리면서 전셋값과 집값이 함께 올랐다”며 “대출 제한으로 고가 주택 수요가 다소 억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7일부터 대출 금지가 바로 시행되기 때문에 ‘갈아타기’를 준비하는 실수요 1주택자도 매수세가 약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풀어준 것도 하방 요인으로 꼽힌다. 높은 양도세 탓에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부는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서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팔 때는 중과세율 적용을 배제하기로 했다. 다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최대 30%)도 그대로 적용된다. 강영훈 부동산스터디카페 대표는 “정부가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배제해준 건 다주택자에게 매물을 내놓으라는 의미”라며 “이번 대책으로 시장에 매물이 다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급 대책 부족…장기 상승 유지”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대책이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집값 불안을 해소할 실효성 있는 공급 대책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내놓은 수도권 주택 30만 가구 공급 계획을 또다시 언급하는 데 그쳤다. 오히려 공급을 위축시킬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만 서울 강북과 경기까지 확대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타격을 받는 정비사업 단지가 늘어날수록 도심 공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수요가 많으면서 공급이 급감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론 집값이 더욱 오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요 억제로 일관한 까닭이다. 2017년 이후 해마다 초고강도 대책이 나왔지만 효과는 대부분 6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권 교수는 “세제 변화는 법 개정까지 시차가 있는 데다 청약시장이나 임대사업자 규제는 비교적 강도가 약하다”며 “수급을 해결하지 않고 규제로 시장을 안정시키는 건 급등을 잠시 정체시킬 수 있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발표된 일부 공급대책에 대한 평가도 박한 편이다. 이날 정부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정비사업장의 행정 절차를 지원해 상한제 유예기간 안에 분양이 가능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가로주택정비사업 활성화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서울시와 각 구청이 얼마나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가로주택정비사업 지원은 일반 재개발·재건축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마저 나온다.강 대표는 “공공성을 조건으로 규제를 풀어 사업 유인을 마련하고 공급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라면서 “정작 일반 정비사업에서 이 같은 효과를 더욱 크게 볼 수 있는데도 소규모 정비사업에 대해서만 고려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양길성/전형진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