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역제안으로 '4+1 흔들기'…"선거법 원안 무기명 표결"(종합)

문의장 '지역구 세습' 논란 등으로 압박…국회의장 사퇴촉구 결의안 제출은 보류
자유한국당은 16일 공직선거법 개정안 원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경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의사진행 방해)를 철회할 수 있다며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대안신당)를 흔들기 시작했다.심재철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선거법을) 원안대로 (상정)한다면 무기명 투표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이 같은 방안을 전날 4+1 협의체에 제안했다.

지역구 225석·비례 75석·연동률 50%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 원안이 표결에 부쳐질 경우 지역구 축소에 반발하는 무더기 반대표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특히 민주당이 전날 4+1 협의체의 선거법 수정안 도출이 불발된 뒤 '원안 상정'을 주장한바 있는 만큼 이 틈을 파고든 역제안으로 '4+1' 연대의 균열을 키우겠다는 한국당의 전략적 노림수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이날 바른미래당은 "모든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차라리 패스트트랙 원안을 표결하자"(김관영 최고위원)고 밝히는 등 교섭단체 3당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한국당 원내지도부는 오후 의원총회에서 이 같은 원내 상황을 의원들에게 설명했다.참석한 한 의원은 통화에서 "4+1 협의체 쪽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본 뒤 향후 전략을 세우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했다.
한국당은 동시에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판하며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저지하려는 시도를 이어갔다.

본회의 안건 1번인 '임시국회 회기 결정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한국당은 문 의장 측이 '임시국회 회기는 필리버스터 대상이 아니다'란 입장을 고수하자 문 의장 개인을 압박하고 있다.심 원내대표는 이날 문 의장이 오전·오후 두 차례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을 소집한 데에 모두 응하지 않았다.

이에 사실상 '문희상 보이콧'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심 원내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이건 의장이 관여할 바가 아니다.

여야 원내대표끼리 이야기를 하고 그 이후에 의장께 말씀드리는 게 맞는 순서"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앞서서도 문 의장을 향해 "끝내 임시국회 회기 결정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방해하는 불법을 저지르겠다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날 제출하기로 했던 '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은 보류하기로 했다.

당 관계자는 "문 의장의 어떻게 행동하는지 더 보고 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문 의장 아들의 '지역구 세습' 논란에 대한 비판도 계속됐다.신보라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경선을 치르면 된다고 해명하지만, 지역조직, 당원명부 등 모든 특권을 독점한 경선이 정당하겠느냐"며 "특권의 대물림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