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청망청 대신 오손도손 上] 홈파티, 집에서 호텔밥 시켜먹어요
입력
수정
흥청망청 대신 오손도손 #홈파티[편집자 주] 연말연시를 맞아 각종 모임을 집에서 여는 ‘홈파티’ 문화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불경기 속 원하는 방식으로 가족 혹은 지인들과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는 홈파티가 인기를 끄는 모습입니다. 홈파티 수요 잡기에 나선 유통가의 대응을 모아 상·하편으로 소개합니다_한경닷컴 산업부# 직장인 박인하 씨(가명)는 연말 홈파티 음식으로 호텔에서 칠면조 구이를 '투고(To-Go:가지고 가다)'로 주문하기로 했다. 박 씨는 "가격이 20만원대였지만 7명이 나눠 내니 부담이 크지 않았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샷'을 올리기에도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집에서 여는 홈파티를 보다 고급스럽게 즐기고자 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호텔 셰프들의 '손맛'을 찾고 있다. 16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이 큰 ‘가심비(價心比)' 트렌드가 홈파티에 '집밥' 대신 '호텔밥'을 찾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 호텔 요리가 홈파티 속으로
◆ 호텔업계 "홈파티에서 간편하게 칠면조 구이를"연말연시를 앞둔 호텔업계에서는 미국 명절음식인 칠면조 구이를 중심으로 레스토랑 요리를 포장해 판매하는 투고 제품 판매가 활성화된 분위기다. 투고 메뉴를 운영하는 일부 호텔에서는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그랜드 델리에 따르면 대표 투고 제품인 칠면조 구이 '홀리데이 터키'의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45% 증가했고, 올해도 늘어나는 추세다.
양몽주 그랜드 델리 지배인은 "홈파티 문화 확산과 함께 11월부터 지금까지 터키 세트, 홈파티 상품 등의 온라인 사전 구매가 작년보다 약 20% 이상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랜드 델리는 오는 31일까지 연말 홈파티 수요를 겨냥해 홀리데이 터키와 함께 ‘국내산 갈비구이’, ‘북경식 로스트 오리’ 등 투고 메뉴를 판매한다.다른 호텔들도 다양한 투고 메뉴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콘래드 서울은 ‘터키 투고 바이 아트리오’와 '베이징 덕' 세트를 판매하고 있다. 베이징 덕 세트는 약 3인분, 통 칠면조 구이 세트는 약 10인분이다. 추가 요금을 지불할 경우 각종 야채로 구성된 사이드 메뉴를 추가할 수 있다.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의 타볼로 24도 오는 31일까지 ‘JW 터키 투 고' 테이크아웃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투고 메뉴와 함께 호텔가의 크리스마스 선물세트인 햄퍼(Hamper·바구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드래곤시티는 지난달 크리스마스 마켓을 열고 데코레이션 용품, 코스프레 모자까지 다양한 파티 햄퍼를 준비했다. 호텔 관계자는 "크리스마켓 운영 2주 만에 준비 물량을 모두 소진하고 추가 발주에 들어갈 정도로 파티 햄퍼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파크하얏트서울도 크리스마스 선물 세트를 31일까지 선보인다. 호텔 셰프의 레시피로 만든 파스타 소스와 치즈와 햄 등으로 구성한 '크리스마스 파티 세트'를 비롯해 수제 과일청, 크리스마스 케이크 등을 담았다. 호텔 관계자는 "홈파티 인기에 힘입어 크리스마스 선물세트를 찾는 문의량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 홈파티엔 폭탄주보다 와인…소믈리에 추천 가심비 와인은? 호텔에서 음식을 공수했다면, 분위기를 띄워줄 술 한잔이 필요할터다. 지인들과 즐거운 대화를 위해서는 소맥(소주·맥주 폭탄주)보다는 가벼운 와인 한 잔이 어떨까.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KISA) 와인마스터소믈리에 자격증 보유자인 롯데백화점의 박화선 주류 바이어에게 1만·3만·5만원대 추천 와인을 문의했다.
홈파티용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와인으로는 스페인산 스파클링 와인인 '프레시넷 꼬든 네그로 까바 브뤼'가 꼽혔다. 서양배, 청사과 등으로 향긋한 풍미가 와인 초심자도 즐기기 좋다. 버블감이 강해 파티 분위기를 내는 데 제격이다. 연말 할인 행사를 이용하면 1만원대에서 구입 가능하다.
박 바이어는 "파티에는 빠질 수 없는 것이 스파클링 와인"이라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까바로 달지 않고 적당한 산도와 버블감을 갖춰 카나페나 가벼운 에피타이져 요리에 좋다"고 평가했다.
주 메뉴로 고기를 준비했다면 강한 과일향이 특징인 '까르피네토 도가졸로 로쏘'가 좋겠다. 이탈리에 대표 품종인 산지오베제가 블랜딩된 와인으로 닭고기 요리, 후추나 지중해산 향신료를 뿌린 구운 고기요리와 잘 어울린다는 평가다. 시중에서 3만원대에 구할 수 있다.
눈높이를 5만원대로 높여일 경우 '반피 키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를 추천했다.박 바이어는 "체리, 자두, 플로럴 향을 느낄 수 있는 와인으로 적절한 산도와 타닌이 조화를 이룬다"며 "대부분의 이탈리아 요리와 다양한 육류와 잘 맞는 와인"이라고 말했다.
[흥청망청 대신 오손도손 下] "산타가 따로 있나"…홈파티족 모십니다 로 이어집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