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다'는 고객에 자기소개서 내밀었죠"…연봉 1억 한샘 RD들

리하우스 디자이너 20대 서용석·이상욱·윤희라

"A4용지에 자기소개서를 만들어 제가 어리다고 망설이는 고객에게 드렸어요. 잘 할 수 있다고 믿어달라고요.

"
종합 홈인테리어 기업 한샘의 리하우스 디자이너(RD)인 서용석(30), 이상욱(29), 윤희라(29·여) 씨는 16일 서울 한샘 방배사옥에서 한샘에 입사해 `연봉 1억원'의 고지를 밟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했다.

이들은 20∼30대의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직종인 RD를 선택했던 만 20대 청년들이다. RD는 인테리어에 앞서 고객상담, 실측, 설계, 시공까지의 전 과정을 직접 주관하는 한샘 리하우스의 홈 인테리어 전문가다.

인테리어 '사령탑'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RD를 중점 육성하려는 본사에 의해 영업을 위한 화법, 제품에 대한 지식, 설계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 등 종합적인 훈련을 받고 현장으로 나왔다. 그러나 세 명 모두 한샘 입사 전 인테리어와 관련한 경력이 전무하다.

서 씨는 대학교 자퇴 후 지하상가에서 남성복을 판매했고, 이 씨는 패션 회사에서 일하다 적성에 맞지 않아 한 달 만에 퇴사했다.

윤 씨는 환경부와 관련한 마케팅 회사에 다니다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 사표를 냈다.
한샘에 입사해서도 생소하게 느껴지는 RD 교육에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이 교육은 RD가 자신의 적성임을 확인해나가는 과정이었다고 한다.

서 씨는 "시뮬레이션이 그대로 현실에 구현되는 모습을 보고 고객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했다"고 말했고, 윤 씨는 "설계 자체도 재미있었고 거기에 고객 취향을 하나하나 반영하는 게 신이 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난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몇몇 고객은 적지 않은 돈이 투입되는 인테리어를 20대 RD에게 맡기는 것을 망설였다.

RD 업무 자체가 영업부터 설계, 시공까지 전 과정을 책임져야 하므로 부담감도 따랐다.

이들은 자신만의 차별화된 전략을 세웠다.

이 씨는 "자기소개서를 전달하고, 특히 여성 고객에게는 계속 연락을 취하면서 취향을 파악했다"면서 "늘 친근한 모습을 보이니 어떤 고객은 그냥 일을 맡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 씨는 자신의 집을 직접 한샘 제품들로 시공하고 고객에게 맞는 상품을 선별했고, 윤 씨는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상담 때마다 프리미엄 형과 기본형으로 견적서를 2개 준비해 내밀었다.

이런 노력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 씨는 "어떤 고객은 자신의 블로그에 제 명함을 올린 후 '그냥 믿고 맡겨라'라고 하시더라"고 했고, 윤 씨는 "친구도 아닌 딸이나 아들한테 바로 소개해주는 분들도 많다"고 전했다.

이들은 그러나 연봉보다는 직업적 성취감이 RD의 매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 씨는 "제가 영업을 하니 부모님은 말렸지만 이제 남편보다 돈을 더 많이 번다"면서 "매번 성장하는 제 모습이 더 좋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