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지수초교의 특별한 동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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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인 1921년, 지금의 경남 진주시 지수면 승산리에 지수초등학교가 들어섰다. 신식 교육을 받으려는 인근 지역 학생들이 학교로 몰려들었다. 이 마을 토박이였던 LG그룹 창업자 구인회 회장과 의령군 정곡면에 살던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회장, 함안군 군북면에서 태어난 효성그룹 창업자 조홍제 회장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들 외에도 쟁쟁한 기업인이 많다. 구인회 회장의 동생인 구철회 LG그룹 창업고문을 비롯해 허정구(삼양통상 명예회장), 구정회(옛 금성사 사장), 허준구(LG 명예회장), 구자경(LG그룹 명예회장), 구평회(E1 명예회장), 구두회(예스코 명예회장), 허신구(GS리테일 명예회장) 등 60여 명이 이 학교를 졸업했다.학교 맞은편의 지수면사무소 뒤에는 구인회 회장의 고택이 있다. GS그룹의 허만정 창업주와 허창수 현 회장, 구자원 LIG 명예회장, 구자신 쿠쿠전자 회장, 허승효 알토전기 회장 등의 생가도 줄지어 있다. LS그룹 구태회 명예회장 역시 이곳 출신이다. 이 마을에서 허씨 집안을 뿌리로 GS그룹이 탄생했고, LG·삼성·효성그룹 등이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했으니 한국 재계의 본산이자 창업가의 요람이라고 할 만하다.
이들의 성공에 얽힌 ‘정암(鼎岩)바위 전설’도 유명하다. 진주 남강 물속에 반쯤 잠겨 있는 이 바위는 솥처럼 생겨 ‘솥바위’라고도 불린다. 예부터 “3개의 솥다리 방향 20리(8㎞) 이내에서 큰 부자가 나올 것”이란 얘기가 구전돼 왔다. 솥바위를 기점으로 세 갈래 8㎞ 이내에 이병철, 구인회, 조홍제 생가가 있다.
지수초교는 2000년부터 학생 수 부족으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며칠 전 작고한 구자경 회장이 젊은 시절 이곳에서 교사로 근무했던 인연으로 종합체육관을 지어 기증하는 등 애를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2009년 인근의 송정초교와 통합하면서 지수초교 이름을 유지한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빛 바랜 교정에는 과거 이병철·구인회 회장이 함께 심은 ‘부자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한동안 폐교로 남아 있던 지수초교가 ‘기업가 정신 교육센터’로 바뀐다고 한다. 도서관과 창업실천센터, 한옥마을까지 갖춘 테마 관광지로 거듭날 모양이다. 창의적인 인재 개발로 사업보국(事業報國)과 기술대국(技術大國)의 희망을 키워온 창업가들의 꿈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면면히 이어지길 기대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이들 외에도 쟁쟁한 기업인이 많다. 구인회 회장의 동생인 구철회 LG그룹 창업고문을 비롯해 허정구(삼양통상 명예회장), 구정회(옛 금성사 사장), 허준구(LG 명예회장), 구자경(LG그룹 명예회장), 구평회(E1 명예회장), 구두회(예스코 명예회장), 허신구(GS리테일 명예회장) 등 60여 명이 이 학교를 졸업했다.학교 맞은편의 지수면사무소 뒤에는 구인회 회장의 고택이 있다. GS그룹의 허만정 창업주와 허창수 현 회장, 구자원 LIG 명예회장, 구자신 쿠쿠전자 회장, 허승효 알토전기 회장 등의 생가도 줄지어 있다. LS그룹 구태회 명예회장 역시 이곳 출신이다. 이 마을에서 허씨 집안을 뿌리로 GS그룹이 탄생했고, LG·삼성·효성그룹 등이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했으니 한국 재계의 본산이자 창업가의 요람이라고 할 만하다.
이들의 성공에 얽힌 ‘정암(鼎岩)바위 전설’도 유명하다. 진주 남강 물속에 반쯤 잠겨 있는 이 바위는 솥처럼 생겨 ‘솥바위’라고도 불린다. 예부터 “3개의 솥다리 방향 20리(8㎞) 이내에서 큰 부자가 나올 것”이란 얘기가 구전돼 왔다. 솥바위를 기점으로 세 갈래 8㎞ 이내에 이병철, 구인회, 조홍제 생가가 있다.
지수초교는 2000년부터 학생 수 부족으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며칠 전 작고한 구자경 회장이 젊은 시절 이곳에서 교사로 근무했던 인연으로 종합체육관을 지어 기증하는 등 애를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2009년 인근의 송정초교와 통합하면서 지수초교 이름을 유지한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빛 바랜 교정에는 과거 이병철·구인회 회장이 함께 심은 ‘부자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한동안 폐교로 남아 있던 지수초교가 ‘기업가 정신 교육센터’로 바뀐다고 한다. 도서관과 창업실천센터, 한옥마을까지 갖춘 테마 관광지로 거듭날 모양이다. 창의적인 인재 개발로 사업보국(事業報國)과 기술대국(技術大國)의 희망을 키워온 창업가들의 꿈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면면히 이어지길 기대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