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잊은 이웃사랑…봉사로 인생 2막 채우는 사람들

"주위 사람들이 저를 보면 봉사 받을 나이에 봉사하고 다닌다고 신기해해요.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이라 힘든 줄도 모르겠어요. "
올해 일흔여섯 나이에 인천시장이 주는 '자원봉사왕' 인증패를 받은 이선희씨.
이씨는 지난 11년간 모두 2천회가 넘는 봉사활동에 참여해 자원봉사 누적 시간이 5천시간을 넘겼다.

그는 몸이 성치 않았던 가족이 자원봉사자들의 보살핌을 받다가 세상을 뜬 뒤 그 고마움을 갚아야겠다는 생각에 이웃사랑의 길에 들어섰다.

처음에는 친구와 지인 등 10여명이 모여 실버봉사단을 만들고 동네 구석구석을 누볐다. 홀몸노인을 비롯한 소외계층에게 도시락을 배달하고 빈 그릇을 수거하며 안부를 확인했다.

노인복지관에서 실시하는 무료급식 봉사는 요즘도 꾸준히 하고 있다.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한 이웃들은 도시락을 건네는 이씨의 주름진 손을 매번 반갑게 잡는다고 한다. 그 모습이 좋아 봉사를 멈출 수 없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이선희씨는 17일 "집에만 있을 때보다 밖에 나와서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일을 하니 건강도 좋아지는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이선희씨와 함께 자원봉사왕 인증패를 받은 이동련(60)씨는 무려 21년간 봉사활동을 했다. 그는 1990년대 마을에서 통장을 지내며 자연스럽게 봉사를 시작했다.

당시 통장은 각종 고지서를 받아 집마다 전달해주던 시절이었다.

마을의 일꾼을 자처하다 보니 책임감이 생겼고, 의용소방대와 자율방범대 활동을 하며 봉사를 이어갔다.

이동련씨는 현재 홀몸노인 8명의 안부를 챙기는 전화 봉사로 지역사회에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이동련씨는 수상 소감을 묻자 "5천시간을 채우기까지 너무 오래 걸려 민망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봉사를 다니면서 인생에 활력이 생겼고, 내가 좋은 사람인지 되돌아보게 된다"면서 "봉사를 통해 얻는 친화력과 좋은 성격은 훌륭한 덤"이라고 소개했다.

인천시는 자원봉사 누적 시간 5천시간을 넘긴 시민에게 시장 명의의 '자원봉사왕' 인증패를 주고 있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묵묵히 이웃사랑을 실천한 629명이 이 패를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