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저소득층 지원에 소득격차 역대최소…가계동향조사와 대조

지난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의 소득 격차가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1년 이후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이같은 소득 격차 개선은 정부가 저소득층의 줄어든 근로소득을 공적이전소득 지급으로 메워준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또한, 자영업황 부진으로 고소득층의 사업소득이 크게 줄어들면서 소득 증가율이 둔화해 소득 격차가 줄어드는 데 영향을 미쳤다.

이번 조사는 역대 최악의 소득분배 지표를 나타냈던 가계동향조사와 정반대였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표본 대표성이 높고, 연간 행정자료 활용이 가능한 이번 조사가 더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이전소득으로 버틴 1분위…5분위 사업소득은 역대 최대 감소

통계청,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전국의 2만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17일 발표한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서는 상·하위 소득 격차가 2011년 이후 최저를 기록하며 통계 지표상 소득 불평등 정도가 확연히 개선된 점이 눈에 띈다.

상위 20% 계층과 하위 20% 계층의 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의 5분위 배율은 지난해 6.54배로 2017년보다 0.42배포인트(p) 감소했다.이렇듯 지난해 상·하위 소득 격차가 7년 만에 최저로 좁혀진 것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소득 최하위층인 1분위 소득이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경기 불황으로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이 줄면서 5분위 소득은 역대 최대로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가장 소득 수준이 낮은 1분위(하위 20%)의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은 999만원으로 7.8%(72만원)나 늘어난 반면, 가장 소득이 많은 5분위(상위 20%)는 6천534만원으로 1.3%(81만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1분위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이 늘어난 데는 근로 소득 감소에도 정부 정책으로 공적 이전소득이 증가한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지난해 1분위 가구소득을 소득 원천별로 구분해 보면 근로소득은 전년 대비 -8.0% 줄어든 반면, 공적이전소득(11.4%)과 사적이전소득(17.6%)은 크게 증가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1분위에는 고령가구, 1인가구, 취약계층이 많이 있는데 근로소득이 줄었지만 공적 이전소득의 효과가 나타나 소득 증가율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5분위배율에서 나타난 공적 이전소득·지출 등 정책에 의한 개선 효과(=시장소득 - 처분가능소득)는 4.61로 2017년(4.31)보다 커졌다.

기획재정부는 참고자료에서 "연금 인상, 장애인 연금 인상, 주거급여 부양의무자 폐지 등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강화 정책 등으로 정부 정책에 따른 분배 개선효과가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고소득층인 5분위는 지난해 자영업황 악화로 사업소득이 2011년 이후 역대 최대폭으로 줄면서 가구 소득 증가율이 크게 둔화했다.

지난해 5분위 사업소득은 전년 대비 11.7%나 줄면서 전체 가구 소득 증가율이 전년(4.6%)보다 크게 둔화한 1.7%에 그쳤다.

다만 강신욱 통계청장은 "시장소득 분배 상태의 감소 추이에 비해 처분가능소득의 불평등 감소 추이가 보다 현격하기 때문에, 소득격차가 개선된 것은 (5분위 사업소득 악화보다는) 재분배 정책에 의한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 '분배 최악' 가계동향조사 결과 반대…농어가·1인가구가 변수

이번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확인된 지난해 소득분배지표 흐름은 분기별로 발표됐던 가계동향조사와는 딴판이다.

지난해 1∼4분기 가계동향조사의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전국 2인이상 가구)은 각각 5.95배, 5.23배, 5.52배, 5.47배를 기록하며 각각 수년래 최악의 소득분배 상황을 보였다.

반면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지난해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54배로, 절대 수치는 크지만, 시계열 상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같은 기관에서 내놓는 소득분배지표 관련 조사 결과가 정반대로 나온 원인으로는 조사 표본의 차이가 꼽힌다.

가계동향조사와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조사 주기부터 방식, 표본 규모 등이 모두 다르다.

가계동향조사 소득 부문의 경우 918개 조사구 내 8천가구를 표본으로 매달 조사한 뒤 이를 분기마다 발표하고 있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표본 규모가 2만가구로 훨씬 크고, 연 1회만 조사한다.

면접조사로 진행했던 가계동향조사와는 달리 국세청 과세자료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료 납부액 자료 등 행정자료를 보완해 정확성을 높인다.

표본의 규모뿐만 아니라 포함 범위도 다르다.

가계동향조사는 2인 가구를 기준으로 삼지만, 가계금융복지조사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농어가 가구도 가계금융복지조사에만 포함된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두 조사는 조사 시기와 대상, 가구개념, 행정자료 활용 여부 등을 달리하고 있어 조사 결과가 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표본 수가 많은 데다가 행정자료를 활용하기 때문에 고소득 자영업자가 비교적 폭넓게 잡힌다.

특히 농어가 가구를 조사 대상에 포함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영농 자영업자의 소득 변화가 구체적으로 잡힌 것으로 풀이된다.

농어가 가구의 약 17%는 소득 5분위에 해당하며 상당수가 자영업자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먼저 5분위의 사업소득 감소가 포착되고 가계동향조사는 후행해서 이를 반영했다는 설명도 나온다.

박상영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소득 5분위의 사업소득이 감소한 부분이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먼저 잡힌 것 같다"며 "근로소득이 늘어나고 사업소득이 감소하는 전체적인 흐름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1인 가구 포함 여부도 변수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독거노인 등 고령층 1인 가구는 공적 이전소득과 일자리 사업의 주요 수혜 대상인데 이들이 포함되게 되면 1분위 소득이 개선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김서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어느 한 요인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농어가, 1인 가구, 같이 살지 않는 맞벌이 부부 등이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는 잡히면서 차이를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