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2019] 불붙은 집값에 잇단 초강력 대책…공시가 후폭풍 예고

안정세 보이다 6월 재건축 중심 '꿈틀'…과열 가속화에 풍선효과까지
수그러들지 않는 집값에 정부, 상한제 시행 이어 12·16대책 기습 발표

올해 부동산 시장은 상반기에는 안정세를 유지했으나 여름 이후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과열되기 시작해 불길이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였다.국토교통부는 이에 질세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내들었으나 풍선효과로 상한제 미지정 지역에 집값 상승세가 옮겨붙자 초대형 부동산 대책인 12·16 대책으로 맞서는 등 물러서지 않았다.

세제, 대출, 청약, 공급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한 12·16 대책에 대한 시장의 대응은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 때문에 올해 부동산 시장 관전은 결말을 보지 못한 채 후속작을 예고한 영화를 본 느낌이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올해 부동산 공시가격을 고가 위주로 올려 주택시장에 또다른 파장을 낳았다.

작년부터 인상 방침이 예고는 됐으나 공시가격이 발표될 때마다 미처 생각지 못한 수준의 상승률로 공시가격 산정을 둘러싼 논쟁도 벌어졌다.

◇ 갈수록 확산하는 집값…초강력 대책으로 대응
부동산 시장은 올해 초만 해도 작년의 고강도 9·13 대책의 여파로 안정세를 보였다.다른 대책과 달리 대출을 억제하면서 돈줄을 쥐어트는 공격적인 대책에 주택시장은 얼어붙었다.

서울의 주택가격은 9·13 대책 직후인 작년 11월 둘째 주부터 32주간 하락세를 보였다.

9·13 대책 발표 전 1년간 10∼15%대의 두자릿수 상승세를 보였던 강남권 아파트값은 대책 발표 후 2∼3% 이상 하락하며 서울 집값 약세를 이끌었다.그러나 6월부터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6월 둘째주부터 강남구에서, 그 다음주에는 송파구에서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섰고 서울 집값은 7월 첫째주부터 이달 둘째주까지 24주 연속 상승했다.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통합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 원베일리' 등 강남권을 중심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을 추진하는 재건축 단지가 나오면서 집값이 불붙은 것이다.

이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6월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꺼내 들었고, 국토부도 본격적인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위한 제도 준비에 착수했다.
그러나 서울 집값은 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고분양가 규제 회피용 후분양 추진과 임대주택 통매각 등 편법적인 사업 추진이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시도되면서 과열이 가속화됐다.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에서도 건설사들이 과도한 조합원 수익을 보장하는 등 경쟁을 벌여 주변 집값을 불안하게 했다.

이에 국토부는 재정당국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결국 분양가 상한제를 밀어붙였다.

국토부는 11월 6일 강남 4구 등 서울 27개 동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역으로 묶었다.

하지만 시장은 잠잠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분양가 상한제 지정을 피한 동작구와 양천구, 경기도 과천·광명·하남 등지로 집값 상승세가 확산됐다.

그래도 정부는 조용히 추가 대책을 준비했다.

지난 16일 기습적으로 발표한 12·16 대책을 통해 종합부동산세율을 높이고 투기과열지구 등지에서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할 때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등 초강력 수요 억제책을 내놓았다.

분양가 상한제도 처음 시행할 때는 동별로 지정했으나 12·16 대책을 통해 추가 지정할 때는 서울 웬만한 지역을 모두 묶어 앞서 외쳤던 '핀셋 규제' 방침을 무색게 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특급 대책이었기에 시장에 미친 파급력은 만만찮아질 전망이다.
◇ 부동산 공시가격 전격 인상…내년에도 오른다
이와 함께 올해 부동산 공시가격이 고가를 위주로 크게 오르면서 부동산 시장을 흔들었다.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은 작년부터 부동산의 유형별, 지역별 공시가격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올해 고가 부동산을 중심으로 공시가격을 올린다는 방침을 밝혔다.

예고대로 올해 2월부터 공시가격이 단독주택과 아파트 등 공동주택, 토지 등 모든 부동산에서 고가 위주로 대폭 인상됐다.

서울의 경우 부동산 공시가격 상승률은 표준단독주택은 17.75%, 공동주택은 14.17%, 표준지는 13.87%에 달했다.

고가 주택이 밀집한 용산구 한남동, 강남구 삼성동 등지에서는 공시가격 인상폭이 50%가 넘는 단독주택이 속출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용산(17.98%)과 동작(17.93%), 경기 성남 분당(17.84%) 등 순으로 크게 올랐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각종 세금과 부담금의 산정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국민 생활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한꺼번에 공시가격을 올리는 과정에서 부작용도 속출했다.

연접한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률이 크게 차이 나는 등 가격 산정의 적정성과 투명성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정부가 발표한 표준단독을 기준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산정하는 개별단독의 공시가격 상승률이 들쭉날쭉하게 정해지는 등 부동산 공시의 정확도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국토부는 제도 보완을 통해 이달 17일 부동산 가격 공시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국토부는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은 시세 9억원 이상 단독주택은 55%, 공동주택의 경우 시세 9억∼15억원은 70%, 15억∼30억원은 70%, 30억원 이상은 80% 등으로 맞춘다는 목표를 제시했다.국토부는 내년에는 부동산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을 높이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