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의약품, 유럽 진출 1년 빨라진다

식약처, 스위스 의약품청과 협약
제조시설 심사 없이 수출 가능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오른쪽)과 라이문트 브루힌 스위스 의약품청장이 18일 스위스 베른에서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상호신뢰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앞으로 국내에서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인증을 받은 제약바이오기업은 스위스 등 유럽시장 진출이 수월해진다. GMP 평가절차를 면제받아 의약품 등록기간이 1년가량 줄어들게 됐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스위스 의약품청과 의약품 GMP 실태조사 결과를 상호 인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호신뢰협정(AMR)을 체결했다고 18일 밝혔다. 한국과 스위스 정부가 발행한 GMP 증명서를 별도의 적합성 평가를 거치지 않고 효력을 서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의약품 GMP는 의약품이 품질 기준에 맞게 제조·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보증하는 제도다. 의약품 제조업자는 반드시 GMP 인증을 받아야 한다.스위스는 미국 영국 독일 등과 함께 세계적인 제약 강국으로 꼽힌다. 이번 협정으로 국내 GMP 시스템이 스위스와 동등한 수준이라는 점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약품 분야에서는 한국 정부가 다른 국가와 맺은 최초의 상호신뢰협정”이라며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스위스 의약품청의 GMP 평가를 면제받아 의약품 등록에 걸리는 기간이 1년가량 단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스위스 의약품청과 함께 정보 교환 등 구체적 절차를 마련하고 양국에서 열리는 의약품 GMP 콘퍼런스 및 교육에 조사관을 파견하는 등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국은 지난 5월 국산 원료의약품을 유럽연합(EU) 회원국에 수출할 때 의약품 GMP 서면확인서 제출을 면제받는 화이트리스트에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등재됐다. 이로써 원료의약품을 등록할 때 걸리는 시간을 4개월 이상 단축하고 건당 약 3000만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화이트리스트 등재로 평가 서류 일부를 면제받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국가 간 상호신뢰협정을 확대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겠다”고 했다.식약처는 19일과 20일에는 유럽의약품품질위원회(EDQM), 프랑스 국립의약품건강제품안전청(ANSM)과 차례로 비밀정보 교류를 위한 양해각서도 맺는다. 비밀정보 교류 협약은 의약품 심사·평가 정보, 원료의약품 실태조사 정보 등 기밀정보를 각국 정부가 교환하는 것이다.

중국 제약사 화하이가 제조한 고혈압약 원료인 발사르탄에서 발암 추정 물질 NDMA가 검출돼 식약처가 지난해 발사르탄이 포함된 의약품의 국내 판매를 중지한 것처럼 해외에서 의약품 위해정보가 확인됐을 때 국내에서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약품 공급사슬은 원료부터 완제까지 여러 국가에 분산돼 있다”며 “의약품 안전과 관련된 사고가 일어났을 때 신속하게 대처하려면 국가 간 신속한 정보 공유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