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위기 지방 건설사 살려라"…정부, SOC 사업에 지역업체 무조건 참여시킨다

지방 도로·공항 등 13개 사업엔
40% 참여 컨소시엄만 입찰 허용

'세금 나눠먹기式 공사' 변질 우려
정부가 21조원 규모로 추진하는 전국 20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사업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에 해당 지역 건설사를 의무적으로 참여시키기로 했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침체에 빠진 지방 건설 경기를 되살리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경제성 평가도 제대로 하지 않은 사업에 지역 건설사 참여를 강제했다가는 ‘세금 나눠먹기식 공사’로 변질될 수 있다”(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려도 나온다.
지역업체 참여해야 사업 가능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18일 당정협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 지역 업체 참여 활성화 방안’을 결정했다. 정부가 예비타당성 검토를 건너뛰고 추진 중인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 사업 중 연구개발(R&D) 사업 3개(3조1000억원)를 제외한 20개 사업(21조원)에 ‘지역 의무 공동도급제’를 적용하는 게 골자다. 지역 의무 공동도급제가 도입되면 지역업체가 참여한 공동수급체(컨소시엄)만 관련 사업 입찰에 참가할 수 있다. 지역업체는 공사현장이 있는 광역지자체에 본사를 둔 건설업체를 뜻한다.

지방 도로와 도시철도, 공항 등 지역적 성격이 강한 13개 사업(9조8000억원)에 입찰하려면 컨소시엄에 있는 지역업체의 공사 참여 비율이 40%를 넘겨야 한다. 고속도로와 철도 등 전국적으로 사업 효과를 미치는 광역교통망 7개 사업(11조3000억원)의 지역업체 의무 참여율은 20%로 결정됐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해상 교량이나 철도 등의 사업에는 해당 지역 건설업체가 독자적으로 참여하는 데 한계가 있어 의무 참여율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지방 건설업 되살릴까정부의 이날 발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끝없이 추락하는 지방 건설 경기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기준 건설업 조사 결과(기업부문)’를 보면 지난해 건설공사 매출액은 394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0.6%(2조2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외환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1999년(-11.1%) 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지방에 있는 영세 건설사들이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건설업 상위 100대 기업의 매출은 146조원으로 전년 대비 5.5% 늘어났지만 그 외 기업은 2.1% 줄었다.

지방 건설사들은 정부 발표를 반겼다. 하지만 건설 시장의 비효율을 초래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성태윤 교수는 “세계적으로 봐도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방 건설사를 우대하는 제도를 강제하는 사례는 드물다”며 “예비타당성조사조차 거치지 않은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에 지역 건설사 참여까지 의무화한다면 세금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수영/서민준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