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中 FTA 시작 전부터 '진통'…홍콩·위구르 신경전

내년 4월 정상회담 때 본격 논의
인권·안보 문제 입장차 너무 커
투자협정조차 진전 못하는 상황
유럽연합(EU)과 중국이 내년 예정된 정상회담을 계기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경제 협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으나 인권과 안보 문제 등에서의 의견 차이 때문에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AFP통신은 17일(현지시간) “중국은 EU의 중요한 무역 파트너지만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며 “양측이 인권, 무역, 안보 문제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의 EU 집행위원회를 방문해 “EU와 중국은 FTA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EU와 중국은 경쟁보다 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훨씬 많다”며 “우리는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입장에서 EU는 최대 교역 상대이며, EU에서 보면 중국은 미국에 이은 두 번째 교역국이다.

EU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분쟁 속에 다자주의를 지키는 방편의 하나로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역시 미국과의 무역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EU와의 협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양측은 FTA와 별도로 투자협정도 논의하고 있다. 양측 투자자의 상호 시장에 대한 투자 범위를 넓히고 법적 안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내용의 협정이다. 내년 4월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EU 27개국 정상 간 회담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낸다는 게 목표다.왕 장관은 이에 더해 관세 철폐 등을 담은 FTA까지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EU 당국자들은 다양한 사안에서의 견해 차이 때문에 FTA는커녕 중·EU 투자협정조차 거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빈 위언드 EU 집행위원회 교역국장은 “투자협정 논의 속도는 달팽이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홍콩·위구르 사태는 인권에 관한 양측의 입장 차이를 더욱 현격하게 드러내고 있다. 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대표는 왕 장관에게 홍콩 시위와 신장위구르자치구의 무슬림 소수민족 위구르 탄압 문제를 거론했다.

왕 장관은 이와 관련해 “중국은 8억5000만 명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했다”며 “인권의 진정한 가치는 각국의 특유한 맥락에서만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