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 장기화에 관광객 급감…새해맞이 불꽃놀이 취소

'춘제 퍼레이드'도 첫 취소…요식업 실업률 8년 만에 최고치
홍콩 시위 사태가 7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홍콩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급감하고, 홍콩의 대표적인 관광 이벤트인 새해맞이 불꽃놀이 행사마저 취소됐다.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지난달 홍콩을 방문한 관광객 수는 265만 명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달보다 56% 급감했다.

이는 2003년 4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 이후 16년 만에 최악의 관광객 감소율이다.

지난 10월 홍콩 방문 관광객 수는 작년 동기 대비 43.7% 급감했는데, 11월 감소율은 이보다 더 악화했다.홍콩 최대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의 지난달 홍콩행 여객편 승객도 급감해 작년 동기 대비 46% 줄었다.

이는 10월의 35%보다 더 악화한 감소율이다.

홍콩 방문 관광객의 급감은 이에 크게 의존하는 여행, 요식업 등의 실업률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홍콩 요식업계의 9∼11월 실업률은 평균 6.2%를 기록해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행업계 실업률은 5.2%로 3년 만에 최고치였다.

홍콩 전체 실업률도 계속 상승세를 보여 3.2%로 올라섰다.더구나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연말연시 행사가 잇따라 취소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

매년 수많은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12월 31일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불꽃놀이 축제는 인파가 한꺼번에 거리로 쏟아져나올 경우 대규모 시위가 발생할 수 있는 경찰의 반대로 인해 취소됐다.

홍콩의 새해맞이 불꽃놀이 축제가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년 이 축제를 위해 홍콩 도심 항만인 빅토리아 하버 인근 바다에는 여러 척의 바지선이 띄워져 화려한 불꽃을 쏘아 올린다.

지난해 축제 비용은 1천400만 홍콩달러(약 21억원)에 달했다.

홍콩 관광청은 대신 일부 건물 옥상에서 소규모 불꽃놀이와 레이저쇼를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앞서 10월 1일 국경절 밤에 열리는 불꽃놀이 축제도 시위를 우려해 취소됐다.

홍콩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국경절 불꽃놀이를 취소한 것은 '우산 혁명'이 벌어졌던 지난 2014년 이후 5년 만이다.

10월 31일부터 지난달 3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세계적 와인 축제 '와인앤다인'(Wine & Dine)과 지난달 22∼24일로 예정됐던 음악예술 축제 '클락켄플랍'(Clockenflap)도 취소됐다.

침사추이 지역에서 매년 춘제(春節·중국의 설)에 벌이는 퍼레이드는 내년에 소규모 축제로 대체됐다.

침사추이 지역이 최근 홍콩 시위의 중심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홍콩에서 춘제 퍼레이드를 하지 않는 건 1996년 이 행사가 시작된 후 처음이다.
한편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초안을 발표한 후 홍콩에서 자본 유출이 이어져 4월 이후 홍콩에서 유출된 자본이 5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홍콩 국내총생산(GDP)의 1.25%에 달하는 규모이다.

다만 9월부터는 자본 유출이 점차 완화했으며, 지난달에는 자본 유입으로 돌아섰다고 영란은행은 밝혔다.

전날 에드워드 야우 홍콩 상무장관은 시위대가 벌이는 '노란 경제' 운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노란 경제 운동은 송환법 반대 시위를 지지하는 음식점과 점포 등을 이용하자는 운동이다.

친중파 진영은 이에 맞서 홍콩 정부와 경찰을 지지하는 '파란색 상점'을 이용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야우 장관은 "홍콩은 자유 시장에 기반한 사회로, 정치적 입장에 따라 상점을 나눠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