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황손'에 연 9000만원 지원 논란…"특혜" vs "문제없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손이자 가요 '비둘기 집'을 부른 가수로도 유명한 이석(78) 황실문화재단 이사장에 대한 전주시의 지원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전주시는 고종의 손자이자 의친왕의 아들인 이석 이사장의 황실문화재단에 '황손과 함께 하는 전통문화 체험' 콘텐츠 등을 맡기면서 인건비 등 연간 9천만원을 보조하고 있다.이 지원금의 대부분은 이석 이사장의 강의료와 활동비, 재단의 물품구입비와 홍보비 등으로 쓰이고 있다.

또 한옥 민박인 '승광재'를 무상으로 제공, 이 이사장이 활용토록 하고 있다.

평일 7만원, 주말 11만원인 이곳의 숙박료는 재단이 관리한다.그러나 재단과 이 이사장에 대한 지원이 '전주시 보조금 지원 조례' 등의 법적 기반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서난이 전주시의원은 "지원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정산서 제출 등 관리와 풍부한 콘텐츠 운영을 위한 방안 등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전주시가 올해 '도시 총괄 조경가' 제도를 도입해 전문가를 영입, 조례에 따라 전문가를 지원하듯 '마지막 황손'을 예우하고 콘텐츠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관련 규정을 마련해 인건비나 재단 관리비를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전주시는 "2010년부터 시작한 '황손과 함께 하는 전통문화 체험'은 엄연한 문화적 활동인 만큼 '문화예술진흥에 관한 조례'를 포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국 대사 등이 전주를 찾을 때 도지사나 시장보다 먼저 방문하는 대상이 이 이사장이어서 예우 차원도 있다"면서 "애초 서울시가 이 이사장에게 문화시설을 맡기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제안했지만, 이 이사장이 조선의 발상지인 전주에 머물기를 희망하고 전주시의 간곡한 권유에 (전주 한옥마을에서) 황실재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979년 가수 생활을 접고 미국에 이민 갔다가 1989년 작은 아버지인 영친왕의 부인 이방자(李方子) 여사의 장례식 때 귀국한 이 이사장은 전주에 황실문화재단을 세우고 전국을 돌며 강의를 하는 등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에 힘쓰는 한편 매년 전주시에 성금을 후원하고 있다.시민의 반응도 세대별로 갈린다.

젊은 층에서는 "계급사회도 아닌데 황손이라는 이유만으로 지자체가 지원하는 것은 개인에 대한 지나친 특혜"라는 반응도 나온다.

중년층에서는 "마땅한 직업이나 지원이 없어 생활고를 겪는 황손을 예우하는 한편 한옥마을의 콘텐츠 강화를 위해서는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는 것이 마땅하다.

문제없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전주시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은 전주 한옥마을의 위상과 이미지 제고에도 효과가 커 황손과 재단을 지원하는 비용 이상의 가치가 있다"면서 "개인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재단을 지원하는 만큼 재단 운영 실태를 세밀하고 점검하고 철저하게 관리·감독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