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김기현 동생 '30억 용역계약서' 정반대 결론…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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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형 당선 빌미로 대가 요구" vs 검찰 "사실관계 인정 어려워"…논란 지속
계약서 내용은 '사업관리 위임' 평범, 실제 청탁·알선 시도 있었는지가 관건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지방경찰청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동생 A씨를 상대로 벌인 수사를 놓고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이 거세게 일면서, 당시 사건의 시발점이 됐던 '30억짜리 용역계약서'를 둘러싼 공방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이 사건의 쟁점은 명료하다.
A씨를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던 경찰은 'A씨는 형이 울산시장으로 당선되면, 그 영향력을 이용해 계약 상대방인 건설업자 B씨의 아파트 시행권 확보와 울산시 인허가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용역을 체결했다'고 본다.
반면에 A씨를 불기소 처분한 검찰은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최근 B씨는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경찰이 내린 결론이 전적으로 옳다고 주장했고, 김 전 시장 측은 중형을 구형받고 선고를 앞둔 B씨가 근거 없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경찰 "혐의 입증" vs 검찰 "사실관계 인정 어려워"…참고인 조사도 다른 결론
문제의 용역계약서는 A씨와 B씨가 2014년 3월 체결한 것이다.
A씨는 울산시 북구에서 아파트 신축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당시 시행권은 이미 다른 업체에 넘어간 상태였다.다만 해당 사업부지 내 일부 필지(전체 사업 면적의 14∼18%)를 소유하고 있던 B씨는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시행권을 넘겨받으려는 시도를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건설 컨설팅업을 하던 A씨를 소개받았고, 두 사람은 용역계약서를 체결하게 된다.
해당 계약서는 용역의 목적을 'A씨가 아파트 신축 사업관리 용역계약을 A씨에게 위임 진행하도록 한다'고 명시했다.업무 범위는 '사업을 원만히 진행할 수 있도록 시공사와의 협의 업무, 분양 및 분양관리 업무, 다른 시공사 선정 시 협조 업무'로 설정됐다.
용역비는 '30억원'으로 정하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동시에 일괄지급 또는 협의하여 지급'이라는 조건이 붙었다.
이 계약서 작성 이후에도 B씨 의도대로 일은 진행되지 않았다.
B씨는 2015년 3월 평소 가깝게 지낸 경찰관 C씨와 함께 김 전 시장 측을 찾아가기도 했다.
이후 지난해 1월 B씨는 용역계약서를 근거로 A씨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지난해 3월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며 기각했다.
이후 경찰은 A씨를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올해 4월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오히려 검찰은 B씨와 C씨가 김 전 시장 측을 찾아갔을 때 "A씨가 사업을 해결해주기로 각서를 썼는데, B씨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으면 A씨는 구속된다.
A씨가 구속되면 김기현(당시 울산시장)도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측근을 협박했다고 판단, 두 사람을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B씨는 강요미수와 함께 아파트 사업 명목으로 50억원을 빌려 가로챈 혐의로 징역 15년을 구형받고, 다음 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다.
B씨는 "용역계약서는 정상적인 거래처럼 보이기 위한 요식 행위일 뿐이다.
A씨는 계약서를 작성하던 당시 아파트 시행권과 인허가 등을 약속했고, 이는 형이 유력한 울산시장 후보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시장 측은 "B씨가 시행권이 없는지 몰랐고, 인허가와 관련한 어떤 약속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체로 B씨 주장은 경찰에서, 김 전 시장 측 주장은 검찰에서 받아들여졌다.
이 사건으로 검찰과 경찰에서 각각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D씨 진술을 놓고도 검경은 충돌했다.
경찰은 D씨가 수차례 조사에서 "A씨는 B씨와 만난 자리에서 경쟁업체 사업을 불승인해 B씨가 시행권을 확보하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검찰은 "D씨는 경찰 조서 내용이 자신의 진술과 다르다고 진술하면서, 두 사람이 동석한 자리에서 A씨가 그런 약속을 한 적은 없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진술 등을 근거로 검찰은 A씨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울산경찰청은 내부 보고서에서 "참고인의 진술 번복 경위가 의심스럽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허위진술을 강요하거나 교묘하게 왜곡해 기재한 자가 있는지 밝혀야 한다"면서 검찰의 짜 맞추기 수사를 의심했다.◇ 용역계약 작성만으로 혐의 적용 어려워
그렇다면 검경의 시선을 떠나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까.
우선 용역계약서 작성과 이후 A씨 행적만 놓고 보면 변호사법 위반 혐의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A씨가 계약서 작성 대가로 별도 대가를 받거나, 형인 김 전 시장이나 다른 공무원을 통해 아파트 사업 관련 청탁이나 알선을 시도한 정황은 없기 때문이다.
변호사법은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이나 사무에 관해 청탁이나 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금품·향응,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만약 B씨 주장대로 A씨가 김 전 시장을 내세우며 아파트 시행권이나 인허가 등을 구두로 약속했던 부분이 확인되더라도, 역시 A씨가 대가를 받거나 청탁·알선을 실행한 사실이 없어 법 적용이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경찰이 A씨 혐의를 주장하면서도 참고인 진술만을 주요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수사에서 A씨의 실제 행위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단순히 '형이 당선되면 도와주겠다'는 취지에 불과하다면 변호사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면서도 "도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그에 대한 이익 약속이 있었더라도, 실제 불법적인 행위를 실행했는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계약서 내용은 '사업관리 위임' 평범, 실제 청탁·알선 시도 있었는지가 관건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지방경찰청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동생 A씨를 상대로 벌인 수사를 놓고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이 거세게 일면서, 당시 사건의 시발점이 됐던 '30억짜리 용역계약서'를 둘러싼 공방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이 사건의 쟁점은 명료하다.
A씨를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던 경찰은 'A씨는 형이 울산시장으로 당선되면, 그 영향력을 이용해 계약 상대방인 건설업자 B씨의 아파트 시행권 확보와 울산시 인허가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용역을 체결했다'고 본다.
반면에 A씨를 불기소 처분한 검찰은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최근 B씨는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경찰이 내린 결론이 전적으로 옳다고 주장했고, 김 전 시장 측은 중형을 구형받고 선고를 앞둔 B씨가 근거 없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경찰 "혐의 입증" vs 검찰 "사실관계 인정 어려워"…참고인 조사도 다른 결론
문제의 용역계약서는 A씨와 B씨가 2014년 3월 체결한 것이다.
A씨는 울산시 북구에서 아파트 신축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당시 시행권은 이미 다른 업체에 넘어간 상태였다.다만 해당 사업부지 내 일부 필지(전체 사업 면적의 14∼18%)를 소유하고 있던 B씨는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시행권을 넘겨받으려는 시도를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건설 컨설팅업을 하던 A씨를 소개받았고, 두 사람은 용역계약서를 체결하게 된다.
해당 계약서는 용역의 목적을 'A씨가 아파트 신축 사업관리 용역계약을 A씨에게 위임 진행하도록 한다'고 명시했다.업무 범위는 '사업을 원만히 진행할 수 있도록 시공사와의 협의 업무, 분양 및 분양관리 업무, 다른 시공사 선정 시 협조 업무'로 설정됐다.
용역비는 '30억원'으로 정하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동시에 일괄지급 또는 협의하여 지급'이라는 조건이 붙었다.
이 계약서 작성 이후에도 B씨 의도대로 일은 진행되지 않았다.
B씨는 2015년 3월 평소 가깝게 지낸 경찰관 C씨와 함께 김 전 시장 측을 찾아가기도 했다.
이후 지난해 1월 B씨는 용역계약서를 근거로 A씨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지난해 3월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며 기각했다.
이후 경찰은 A씨를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올해 4월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오히려 검찰은 B씨와 C씨가 김 전 시장 측을 찾아갔을 때 "A씨가 사업을 해결해주기로 각서를 썼는데, B씨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으면 A씨는 구속된다.
A씨가 구속되면 김기현(당시 울산시장)도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측근을 협박했다고 판단, 두 사람을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B씨는 강요미수와 함께 아파트 사업 명목으로 50억원을 빌려 가로챈 혐의로 징역 15년을 구형받고, 다음 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다.
B씨는 "용역계약서는 정상적인 거래처럼 보이기 위한 요식 행위일 뿐이다.
A씨는 계약서를 작성하던 당시 아파트 시행권과 인허가 등을 약속했고, 이는 형이 유력한 울산시장 후보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시장 측은 "B씨가 시행권이 없는지 몰랐고, 인허가와 관련한 어떤 약속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체로 B씨 주장은 경찰에서, 김 전 시장 측 주장은 검찰에서 받아들여졌다.
이 사건으로 검찰과 경찰에서 각각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D씨 진술을 놓고도 검경은 충돌했다.
경찰은 D씨가 수차례 조사에서 "A씨는 B씨와 만난 자리에서 경쟁업체 사업을 불승인해 B씨가 시행권을 확보하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검찰은 "D씨는 경찰 조서 내용이 자신의 진술과 다르다고 진술하면서, 두 사람이 동석한 자리에서 A씨가 그런 약속을 한 적은 없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진술 등을 근거로 검찰은 A씨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울산경찰청은 내부 보고서에서 "참고인의 진술 번복 경위가 의심스럽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허위진술을 강요하거나 교묘하게 왜곡해 기재한 자가 있는지 밝혀야 한다"면서 검찰의 짜 맞추기 수사를 의심했다.◇ 용역계약 작성만으로 혐의 적용 어려워
그렇다면 검경의 시선을 떠나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까.
우선 용역계약서 작성과 이후 A씨 행적만 놓고 보면 변호사법 위반 혐의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A씨가 계약서 작성 대가로 별도 대가를 받거나, 형인 김 전 시장이나 다른 공무원을 통해 아파트 사업 관련 청탁이나 알선을 시도한 정황은 없기 때문이다.
변호사법은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이나 사무에 관해 청탁이나 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금품·향응,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만약 B씨 주장대로 A씨가 김 전 시장을 내세우며 아파트 시행권이나 인허가 등을 구두로 약속했던 부분이 확인되더라도, 역시 A씨가 대가를 받거나 청탁·알선을 실행한 사실이 없어 법 적용이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경찰이 A씨 혐의를 주장하면서도 참고인 진술만을 주요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수사에서 A씨의 실제 행위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단순히 '형이 당선되면 도와주겠다'는 취지에 불과하다면 변호사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면서도 "도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그에 대한 이익 약속이 있었더라도, 실제 불법적인 행위를 실행했는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