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슈퍼 화요일'→'블랙 화요일'되나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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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합의 효과가 이어지면서 뉴욕 증시의 상승세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풋옵션(미래 특정 시점에 미리 정해놓은 가격에 팔 권리)을 사서 만약의 급락 사태에 대비하는 수요도 함께 늘어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현지시간) 시카코옵션거래소(Cboe)의 옵션 지수를 인용해 "S&P 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우고 있지만 옵션 거래자들은 신중하게 지수가 떨어지면 이익을 낼 수 있는 데 베팅하고 있다. 이들은 S&P 500 지수가 몇 달 안에 떨어지면 팔 수 있는 풋옵션을 사들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풋옵션 수요가 늘고 있다는 얘기는 지난 달부터 월가에 나돌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지난 11월22일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릿지워터가 내년 3월까지 글로벌 증시가 하락한다는 전망에 15억달러 상당을 베팅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브릿지워터의 레이 달리오는 트위터를 통해 "기사가 잘못됐다. 주가가 하락하는 데 베팅을 한 적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브릿지워터측도 "우리 포지션은 자주 바뀌므로 한 번의 포지션 변경에 대해 지나친 해석은 금물"이란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하지만 브릿지워터가 한 것처럼 내년 3월에 청산되는 풋옵션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내년 3월에 무슨 일이 있길 래 이처럼 월가가 두려워하는 걸까요.미 민주당의 당내 대선 경쟁은 한창 진행중입니다.
내년 2월에는 3일 아이오와주를 시작으로 뉴햄프셔와 네바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등 4개주가 주별 선거인단을 선출합니다.
그리고 3월3일을 맞이하게됩니다. 이날은 이른바 '슈퍼 화요일'이라고 불리는 날입니다.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노스캐롤라이나 메인 미세소타 유타 테네시 알라배마 오클라호마 애리조나 메사추세츠 버몬트 콜로라도 등 14개주가 한꺼번에 예비 선거를 실시하며, 이날 뽑히는 선거인단이 전체의 34%에 달합니다.
그 전 4개주에서 뽑히는 선거인단이 4%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가 결정되는 날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 '슈퍼 화요일' 선거에서 가장 유리한 사람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번 '슈퍼화요일'엔 캘리포니아주가 옮겨와 참여합니다. 인구 4000만명을 가진 거대한 주로, 최근 캘리포니아주에서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워런 의원이 가장 자주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그동안 참여해온 남부의 조지아주는 빠졌습니다. 흑인 유권자가 많은 남부주들은 워런의 경쟁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앞서는 곳입니다.
이렇게 조지아가 빠지고, 캘리포니아 유타 등이 들어오면서 슈퍼화요일에 투표할 민주당 유권자들의 인구 구성은 전국 평균과 비슷해졌습니다.
'슈퍼 화요일' 참여 인구를 보면 2016년까지는 흑인이 40%에 달했습니다. 흑인들은 통상 중도적인 후보를 선택해왔고, 이번 민주당 후보 중에선 압도적으로 바이든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바이든은 만약 2016년 '슈퍼 화요일'이었다면 압도적 우세를 얻었겠지만 내년은 다릅니다.
내년 '슈퍼 화요일' 유권자 중 흑인 비율은 20% 수준으로 전국 평균과 비슷합니다. 요즘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는 바이든은 내년 3월3일에도 유리한 결과를 얻지 못할 수 있습니다.
버니 샌더스 후보도 불리해졌습니다. 내년엔 주별 선거에서 코커스(당원대회)가 거의 사라지고 대부분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치릅니다. 지난 2016년 전체 민주당 선거인단의 14%가 코커스를 통해 뽑혔지만, 이번에는 3%에 그칩니다. 코커스는 민주당 당원만 참여하는 형태이고, 프라이머리는 원하는 사람들은 다 참여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16년 대선 경쟁 때 샌더스 의원은 투표율이 낮은 코커스에서 다른 후보자를 쉽게 제쳤습니다. 전체 투표률은 낮은데 열성 당원들이 몰려들어 몰표를 줬을 때 유리했다는 얘기입니다.
이번엔 프라이머리가 대폭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그런 잇점이 사라지게됩니다.
워런 의원은 부유세, 거대 IT기업 해체, 건강보험 국영화, 등록금 무료화, 월가 규제 강화 등 좌파적 정책을 내걸어 월가가 가장 싫어하는 후보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좌파 정책으로는 샌더스도 만만치 않지만 샌더스의 경우 최종 당선 가능성은 떨어진다. 워런은 트럼프와 붙었을 때 샌더스보다는 훨씬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워런이 내년 3월3일 '슈퍼 화요일'을 휩쓸어 사실상 민주당 후보가 되는 건 월가가 가장 싫어하는 시나리오"라며 "3월 풋옵션에 대한 수요가 많은 건 워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현지시간) 시카코옵션거래소(Cboe)의 옵션 지수를 인용해 "S&P 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우고 있지만 옵션 거래자들은 신중하게 지수가 떨어지면 이익을 낼 수 있는 데 베팅하고 있다. 이들은 S&P 500 지수가 몇 달 안에 떨어지면 팔 수 있는 풋옵션을 사들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풋옵션 수요가 늘고 있다는 얘기는 지난 달부터 월가에 나돌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지난 11월22일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릿지워터가 내년 3월까지 글로벌 증시가 하락한다는 전망에 15억달러 상당을 베팅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브릿지워터의 레이 달리오는 트위터를 통해 "기사가 잘못됐다. 주가가 하락하는 데 베팅을 한 적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브릿지워터측도 "우리 포지션은 자주 바뀌므로 한 번의 포지션 변경에 대해 지나친 해석은 금물"이란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하지만 브릿지워터가 한 것처럼 내년 3월에 청산되는 풋옵션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내년 3월에 무슨 일이 있길 래 이처럼 월가가 두려워하는 걸까요.미 민주당의 당내 대선 경쟁은 한창 진행중입니다.
내년 2월에는 3일 아이오와주를 시작으로 뉴햄프셔와 네바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등 4개주가 주별 선거인단을 선출합니다.
그리고 3월3일을 맞이하게됩니다. 이날은 이른바 '슈퍼 화요일'이라고 불리는 날입니다.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노스캐롤라이나 메인 미세소타 유타 테네시 알라배마 오클라호마 애리조나 메사추세츠 버몬트 콜로라도 등 14개주가 한꺼번에 예비 선거를 실시하며, 이날 뽑히는 선거인단이 전체의 34%에 달합니다.
그 전 4개주에서 뽑히는 선거인단이 4%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가 결정되는 날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 '슈퍼 화요일' 선거에서 가장 유리한 사람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번 '슈퍼화요일'엔 캘리포니아주가 옮겨와 참여합니다. 인구 4000만명을 가진 거대한 주로, 최근 캘리포니아주에서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면 워런 의원이 가장 자주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그동안 참여해온 남부의 조지아주는 빠졌습니다. 흑인 유권자가 많은 남부주들은 워런의 경쟁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앞서는 곳입니다.
이렇게 조지아가 빠지고, 캘리포니아 유타 등이 들어오면서 슈퍼화요일에 투표할 민주당 유권자들의 인구 구성은 전국 평균과 비슷해졌습니다.
'슈퍼 화요일' 참여 인구를 보면 2016년까지는 흑인이 40%에 달했습니다. 흑인들은 통상 중도적인 후보를 선택해왔고, 이번 민주당 후보 중에선 압도적으로 바이든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바이든은 만약 2016년 '슈퍼 화요일'이었다면 압도적 우세를 얻었겠지만 내년은 다릅니다.
내년 '슈퍼 화요일' 유권자 중 흑인 비율은 20% 수준으로 전국 평균과 비슷합니다. 요즘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는 바이든은 내년 3월3일에도 유리한 결과를 얻지 못할 수 있습니다.
버니 샌더스 후보도 불리해졌습니다. 내년엔 주별 선거에서 코커스(당원대회)가 거의 사라지고 대부분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치릅니다. 지난 2016년 전체 민주당 선거인단의 14%가 코커스를 통해 뽑혔지만, 이번에는 3%에 그칩니다. 코커스는 민주당 당원만 참여하는 형태이고, 프라이머리는 원하는 사람들은 다 참여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16년 대선 경쟁 때 샌더스 의원은 투표율이 낮은 코커스에서 다른 후보자를 쉽게 제쳤습니다. 전체 투표률은 낮은데 열성 당원들이 몰려들어 몰표를 줬을 때 유리했다는 얘기입니다.
이번엔 프라이머리가 대폭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그런 잇점이 사라지게됩니다.
워런 의원은 부유세, 거대 IT기업 해체, 건강보험 국영화, 등록금 무료화, 월가 규제 강화 등 좌파적 정책을 내걸어 월가가 가장 싫어하는 후보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좌파 정책으로는 샌더스도 만만치 않지만 샌더스의 경우 최종 당선 가능성은 떨어진다. 워런은 트럼프와 붙었을 때 샌더스보다는 훨씬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워런이 내년 3월3일 '슈퍼 화요일'을 휩쓸어 사실상 민주당 후보가 되는 건 월가가 가장 싫어하는 시나리오"라며 "3월 풋옵션에 대한 수요가 많은 건 워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