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미군기지 토양정화 내년 본격화…일본육군 조병창 보존키로

최근 반환된 인천 부평미군기지 '캠프마켓'의 오염 토양 정화작업 본격화를 앞두고 한국환경공단이 '일본육군 조병창' 등 캠프마켓 내 유적은 기존 자리에 보존한 상태로 정화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환경공단은 19일 캠프마켓 군수재활용품센터(DRMO) 정화구역 내 6개 시설물 중 문화재청이 보존을 권고한 5개 시설물은 그 자리에 존치한 상태로 정화작업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이번에 그 자리에 존치하기로 한 시설물은 일제강점기 일본육군 조병창의 주물공장으로 쓰였던 건물과 굴뚝, 일제가 전국 각지에서 수탈한 쇠붙이·놋그릇·엽전 등을 실어오던 철길과 플랫폼 등이다.

이들 일본육군 조병창 시설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 1만여명을 강제동원하고 민족경제 공출의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보존 가치가 높다는 평가가 나왔던 유적이다.
한국환경공단은 또 주한미군이 쓰던 정문 게이트, 벙커 등의 시설물도 존치 대상에 포함했다.국방부의 위탁을 받아 DRMO 토양 정화작업을 하는 한국환경공단은 정화용역 사업시행자로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선정하고 추가 현장 조사 등을 벌여 이들 시설물의 하부 토양 오염이 심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

시설물을 철거하거나 다른 장소로 이전하지 않아도 주변 토양 굴착을 통해 정화작업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문화재청이 보존을 권고한 시설물 가운데 주한미군 초소 건물은 하부 토양 오염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다른 장소로 이전한 뒤 정화작업을 하고 다시 제자리로 옮길 계획이다.문화재청 의견과 별도로 인천시 부평미군기지 시민참여위원회가 추가로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DRMO 구역 내 공병대 막사(행정동)와 군견 막사 등 2개 시설물의 존치 여부는 국방부와 인천시 간 추가 협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환경공단은 이달 중 발암물질인 다이옥신류 등에 오염된 캠프마켓의 토양을 정화하는 방법을 구체화하기 위한 실증실험(파일럿테스트)을 벌이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정화작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문화재청의 보존 권고는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최대한 시설물을 그 자리에 존치하기로 했다"며 "이전이나 철거하지 않아도 환경 정화작업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인천시는 DRMO 구역 이외에 캠프마켓 토양에 대해서는 국방부와 협의해 추가 토양오염 조사를 벌여 정화작업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현재 캠프마켓 내 DRMO 구역 10만9천957㎡를 제외하고 오염 정도에 대한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앞서 환경부 조사에서는 DRMO 구역 내 토양에서 선진국 기준의 10배를 넘는 다이옥신류가 검출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