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워런은 국가가 뭘 해줄지 물으라고 하지만…

크리스 제이콥스 주니퍼 리서치그룹 설립자 겸 CEO

민주당 상원의원 워런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 제안
중산층에 세금 더 걷지 않고도
재원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

보수주의자들은 의구심
10년간 20조5000억弗 필요
"모두가 새 자동차 받고
돈은 다른 사람이 내는 셈

워런이 대통령 당선된다면
중산층 가정은 대가 치를 것"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미국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최근 자신이 주창하는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Medicare for All)’의 구체적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이 내용은 이 정책에 대한 우려를 오히려 더 키웠다. 중산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걱정도 커졌다.

민주당 반대자들과 보수주의자는 중산층 세금을 올리지 않고도 얼마든지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하는 워런의 주장 뒤에 숨겨진 가정들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런 외부 비판과 별개로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의 진실에 대해서는 워런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이다.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조국이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지 말고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라”고 말했다. 워런이 앉고 있는 상원의원 자리에 앉았던 케네디 대통령이 남긴 명언이다. 그러나 워런은 엄청난 재원이 필요한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을 제안하면서 중산층에는 한 푼의 돈을 내라고 부탁하지도 않았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워런의 가정을 액면 그대로 한 번 받아들여서 생각해보자. 워런은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에는 향후 10년간 20조5000억달러(약 2경4000조원)가 추가로 들지만 중산층 세금은 전혀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주의 도시연구소는 이 비용이 워런이 말한 것보다 훨씬 많은 34조달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워런의 말대로 이 프로그램이 사기를 조장하지 않고 관리 비용을 줄일 것이라고 가정하자. 워런이 제안한 부유세가 대규모 탈세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도 해야 한다. 워런은 자신의 행정부가 탈세를 단속함으로써 2조3000억달러의 새로운 정부 수입을 창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고용주(기업인)에 대해 9조달러의 세금 부담을 늘린다. 물론 이 세금은 절대 근로자에게 전가되지 않고 말이다.워런의 말대로라면 정부 수입은 20조달러 증가해야 한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인데, 이것을 일부 국민으로부터만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재원으로 수백만 가구의 미국인이 무료로 의료 서비스를 받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원들은 이런 정부 프로그램들을 ‘외부로부터 공짜로 떨어진’, 즉 부유층에서 나온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혜택으로 광고한다.

그러나 부유층 등 일부만 희생한다는 것은 미국의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다. 사회보장 및 의료보험은 둘 다 광범위한 급여를 주요 자금원으로 하고 있다. 그들이 기여를 하기 때문에 거기에 근거해 혜택을 받을 자격이 생긴다. 이것이 미국의 사고다.

물론 사회보장을 위해 얼마를 내는 게 적절한지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을 수는 있다. 사회보장 및 의료보험은 현재 현금 흐름에 따라 부담을 정하는데, 도시연구소 추산에 따르면 부유한 노인들도 세금으로 낸 것보다 더 많은 사회보장과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그렇다고 해도 워런의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은 전혀 기여도 없는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보험이라고 부르기도 힘들다. 표를 사기 위해 연방 재원을 정치적으로 약탈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워런의 제안은 쉽게 말하면 정부 정책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바꾸자는 얘기다. 모두 공짜로 새 자동차를 받고 돈은 다른 사람이 낸다는 것과 같다. 워런의 이 정책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례를 따를 것이다. 오바마는 “우리는 모두 함께”라며 사회적 연대를 강조했다. 그는 ‘부자들’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정책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을 피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후보였던 2008년 연간 25만달러 이하 소득 가구에는 소득세, 급여세 등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그러나 이 ‘확실한 공약’은 오랫동안 이어지지 못했다. 2009년 2월 오바마 대통령은 어린이 건강보험 확대에 자금을 대기 위해 담뱃세를 인상했다. 그 후 2013년 오바마케어가 발효됐고, 이 법은 470만 명의 미국인이 보험 취소 통지를 받도록 했다. 의료보험 수급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정부는 보조금을 받을 자격이 없다면 정부 보장도 못 받는 게 당연하다는 얘기를 했지만,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것을 “세계에서 가장 미친 짓”이라고 불렀다. 결국 최종적으로 직장 가정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새 프로그램에 대한 부담을 떠안게 됐다.이 과정에는 미국인을 위한 진정한 교훈이 있다. 워런은 분명히 자신이 안전하게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까지는 중산층에 의료보험을 위한 돈을 내라고 요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워런이 자신의 계획을 성공적으로 끝내면 모든 미국 가정이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원제=Warren Asks What the Country Can Do for You
정리=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THE WALL STREET JOURNAL 한경 독점제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