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효율적으로 일하려면 업무를 잘게 쪼개라

애자일,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의 비밀
세계 1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스포티파이 이용자는 매주 월요일 서른 곡의 음악이 담긴 플레이리스트를 받는다. 이용자는 자신의 취향을 저격한 곡들에 감탄한다. 바로 ‘디스커버 위클리’ 서비스다. 스포티파이가 애플뮤직 등 경쟁업체를 누르고 이 부문 1위에 올라선 결정적 요인이었다. 이 서비스는 2015년 3월 사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두 명이 제안한 뒤 개발부터 공개까지 단 4개월이 걸렸다.

세계은행 지식경영 책임자를 지낸 스티븐 데닝은 《애자일,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의 비밀》에서 스포티파이의 성공 비결을 ‘애자일 경영’이라고 단언한다. ‘애자일(agile)’은 민첩하고 기민하다는 뜻의 영어 단어다. 여기서는 민첩하게 변화를 감지하고 유연하게 혁신하는 조직을 목표로 하는 경영 패러다임을 가리킨다. 애자일 경영은 하향식 관료주의와 작별하고 상향식 자율주의를 바탕으로 소규모로 업무를 분담해 작업을 신속히 진행한다.스포티파이에는 목표에 따른 기능혼합팀을 자율적으로 결성해 고객에게 가치를 안겨줄 새 방법을 실험하고 창조하도록 독려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자율적인 기능혼합팀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해야 할 과제를 정한 뒤 여러 일을 잘게 쪼개 빠른 속도로 진행했다. 아이디어를 실험하기 위해 경비절감 제안서를 준비할 필요가 없다. 수직적인 경영사슬을 거치며 여러 직급의 동의를 구할 필요도 없다. 저자는 “소규모 팀들이 공동으로 작업하면 속도가 빨라지고, 혁신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리스크가 작고, 문제를 찾아 수정하는 능력도 개선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자신들 작업의 결과물이 고객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기 때문에 몰입하는 정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비슷한 방식으로 마이크로소프트 개발부는 3주 단위로 400명 이상의 직원이 수백 개 팀을 이뤄 프로젝트를 마감한다. 스텔스 전투기 그리펜을 개발한 사브는 6개월마다 새로운 운영체제를 출시한다. 저자는 “애자일 경영은 급변하는 시장에서 한발 앞서 기회를 찾고 고객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조직들의 공통점”이라고 강조한다. (박설영 옮김, 어크로스, 440쪽, 1만68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