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넘는 주택보유자, 전세보증 불가…"대치·목동 전세살이 막혔다"

12·16 대책에 전세시장 '혼돈'

정부, 갭투자 타깃 보증요건 강화
주금공·HUG, 주택 9억 이하여도
부부합산소득 1억 넘으면 보증금지
‘12·16 부동산 대책’이 아파트 매매뿐 아니라 전세 수요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파트 보유자에 대한 실거주 요건이 강화된 데다 전세자금대출 때 필요한 보증 요건도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자녀 교육 문제로 보유한 집을 전세로 내주고, 서울 대치동과 목동 등의 전셋집을 알아보던 사람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전세자금대출 보증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아직 SGI서울보증의 내규를 고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내규 개정 전에 보증을 받으려는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
보증 받아야 은행 전세대출 이용금융회사 중 전세자금대출 보증을 해주는 곳은 한국주택금융공사(HF), 주택도시보증공사(HUG), SGI서울보증 등 세 곳이다. 은행에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려면 이들 회사로부터 반드시 보증을 받아야 한다. 전세자금대출을 받지 못한다면 신용대출 등으로 자금을 마련해볼 수는 있다. 하지만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고 한도도 낮다.

정부는 전세자금대출을 발판으로 한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를 부동산 가격의 상승 요인으로 지목했다. 예를 들어 A씨가 서울 마포래미안푸르지오에 전용면적 59㎡ 아파트를 사려면 12억원 이상 필요하다. 갭투자를 하면 6억원가량만 있으면 된다. 나머지는 전세로 메우면 된다. 해당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산 다음 자신은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다른 주택에 세 들어 사는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돈으로 아파트를 살 수 있다 보니 갭투자 방식으로 집을 사는 일이 적지 않았다. 인터넷에 올라온 부동산 매물 중에도 ‘전세 끼고 매매’라는 조건이 붙은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전세 낀 매물은 다른 매물보다 5000만~1억원 싸다는 이점도 있다.보유주택 요건 투기지역 아니어도 적용

정부는 지난해 9·13 대책부터 최근 12·16 대책까지 전세자금대출 보증 요건을 꾸준히 강화해왔다. 갭투자를 막기 위해서다.

현재 주금공, HUG, SGI서울보증 모두 2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에겐 전세자금대출 보증을 내주지 않는다. 1주택자에 대한 제한도 있다. 주금공과 HUG는 보유주택 시가 9억원 이하, 부부합산 소득 1억원 이하 요건을 뒀다. 정부는 12·16 대책에서 남아 있는 SGI서울보증의 1주택자 요건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보유주택 시가 9억원 이하 요건을 넣는 방식이다. 소득 요건은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SGI서울보증 내규가 고쳐지기 전에 전세자금대출을 받기 위한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무주택자여도 보증한도 있어

3개 보증기관 모두 무주택자에 대해선 소득 요건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무주택자라고 해서 전세자금대출 보증을 무한정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임차보증금 한도와 전세자금대출 보증 한도가 있기 때문이다.

주금공, HUG는 수도권 기준으로 임차보증금 한도를 5억원 이내로 두고 있다. 전세가가 5억원 이내여야 한다는 뜻이다. SGI서울보증은 임차보증금 한도를 두고 있지 않다.주금공, HUG, SGI서울보증 모두 보증 한도도 있다. 주금공은 2억원, HUG는 4억원, SGI서울보증은 5억원이다. 전세자금대출 보증을 각각 2억원, 4억원, 5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 대치래미안팰리스의 전용면적 84㎡에 전세로 들어간다면 전세가 15억5000만원 중 SGI서울보증으로부터 최대 5억원까지 전세자금대출 보증을 받을 수 있다. 나머지 10억5000만원은 본인 자금과 신용대출로 메워야 한다. 주금공, HUG의 임차보증금 한도를 훨씬 웃도는 금액이기 때문에 이들로부터는 전세자금대출 보증을 못 받는다.

또 주금공, HUG, SGI서울보증 모두 보증금액이 임차보증금의 80% 이내가 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4억원의 전세자금대출 보증을 받으려면 전세보증금이 5억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무주택자가 보증을 받은 다음 9억원 초과 주택을 사면 전세자금대출을 모두 회수 당한다. 보증기관별로 신혼부부, 장애인 등에 대해선 보증한도 등 조건을 우대해주고 있다. 다만 소득 요건 등이 다르기 때문에 항목별로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