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이병헌 "스케일·CG 등 할리우드 못지않아"

첫 북한 요원 맡아 팔색조 연기…"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
내달 개봉 '남산의 부장들'서도 주연…"백두산 배역과 캐릭터 달라"
19일 개봉한 영화 '백두산'은 재난 영화이면서 버디 무비다. 백두산 화산 폭발이라는 소재 자체는 모험이지만, 할리우드 재난 영화 공식과 남북 요원 간 공조라는 한국 영화 단골 소재를 엮어 상업적으로 가장 안전하고 무난한 길을 간다.

주연을 맡은 이병헌도 "시나리오를 봤을 때 너무 매끄러워서 매력이 덜 느껴졌다"며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익숙한 재난 영화에 입체감과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은 이병헌, 하정우 같은 배우들이다. 특히 이병헌은 데뷔 이래 처음으로 북한 요원 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그가 맡은 리준평은 북한 무력부 소속 일급 자원으로, 남한 스파이 활동을 하다가 발각돼 지하 감옥에 갇힌 인물이다.

남한에서 온 폭발물처리반(EOD) 대위 조인창(하정우)과 함께 백두산 폭발을 막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이날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병헌은 "먼저 캐스팅된 하정우가 전화를 걸어와 '꼭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영화가 버디 무비 성격도 있다 보니 서로 함께 만들어갈 부분도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병헌은 이 작품에서 팔색조 연기를 선보인다. 능청맞게 농담을 하다가도 순식간에 서늘한 눈빛으로 돌변하는가 하면, 딸 앞에서는 뜨거운 부성애를 드러낸다.

전라도 사투리를 썼다가 북한말을 했다가 말투도 자유자재다.

이병헌은 "능청스러움과 냉철함, 빈틈을 오가는, 한마디로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영화 '내부자들' 속 '모히토에서 몰디브 한잔'과 같은 명대사를 애드리브로 만들어낸 이병헌은 '백두산'에서도 다양한 '줄임말'을 애드리브로 선보이며 웃음을 끌어낸다.

하정우와도 개그 호흡이 척척 맞다.

그는 "관객들이 '내부자들' '광해' 등에서 봐왔던 제 모습과는 다른, 재미있는 모습을 기대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한 작품에서 만난 하정우에 대해선 "정말 순발력이 뛰어난 친구"라며 "순간순간의 재치가 뛰어나다"고 치켜세웠다.
'백두산'에는 전도연이 카메오로 출연, 이병헌과 잠시 연기 호흡을 맞춘다.

이병헌은 "촬영 직전에 출연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면서 "너무 강력한 배우가 나와서 관객들의 감정 흐름이 깨질까 걱정도 했지만, 나중에는 분량이 더 길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병헌은 '백두산'에 대해 "규모나 컴퓨터 그래픽(CG) 등 기술적인 측면에서 '할리우드급'이라는 수식어를 굳이 붙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성장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후반 작업 일정이 촉박했던 점, 대부분 배우 분량이 꽤 편집된 점 등을 아쉬운 대목으로 꼽았다.

이병헌은 "영화가 잘되면 나중에 '백두산' 감독판이 꼭 나왔으면 좋겠다.

아마 모든 배우의 바람일 것"이라며 웃었다.
'믿고 보는 배우' '연기신'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사지만 이병헌은 "여전히 연기를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내가 잘하고 있는지 늘 의문을 달고 산다"면서 "짧은 분량이어도 마음을 다했을 때는 종일 기분이 좋고, 가짜로 흉내 냈다고 생각한 날은 기분이 좋지 않다.

하루하루 바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중이 나의 코믹한 모습, 혹은 액션을 하는 멋있는 모습 등을 기대할 거라 생각했는데, 누군가 '뭔가 결핍돼 연민이 느껴지는 그런 느낌을 줄 때, 이병헌이라는 배우가 사는 것 같다'를 이야기했다.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었다"고 떠올렸다.

이병헌은 '지.아이.조' 1, 2편과 '레드: 더 레전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매그니피센트7' 등을 통해 할리우드에서도 활약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과 할리우드 촬영 스케줄이 잘 맞지 않아 할리우드 작품에 출연하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2년간은 국내 작품에 출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교롭게도 다음 달 개봉하는 영화 '남산의 부장들'(우민호 감독)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비슷한 시기에 이병헌 주연 작품이 극장에 내걸리는 셈이다.

그는 "이렇게 가까이 붙어서 개봉할 줄은 몰랐다. 관객들에게 안 좋을 것 같다"면서도 "'남산의 부장들'과 '백두산' 속 캐릭터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