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집값이 계속 오르는 심리학적 이유

누군가 더 비싼 가격에 사줄 거라 믿고
최근 오름세 중시 경향·군중심리도 한몫
정책 빈도는 줄이되 강도·타이밍 맞춰야

곽금주 < 서울대 교수·심리학 >
지난 정부 말기부터 상승하던 주택 가격이 이번 정부 들어서도 폭주하고 있다. 지난해 ‘9·13 대책’ 후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드는가 싶더니 다시 오르기 시작해 24주 연속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서울 전 지역에서 매물이 회수되면서 이제는 돈이 있어도 집을 구매하기 쉽지 않은 형국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16일 15억원 초과 고가주택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정책을 포함한 고강도 대책을 내놨다. 이번 정부 들어 열여덟 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대부분의 버블(bubble), 즉 가격거품이 그렇듯이 부동산 가격 폭등도 경제적인 원인 못지않게 심리적 요인이 크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버블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극단적인 효율적 시장가설 지지자를 제외하곤 대부분 버블의 존재는 어느 정도 인정한다. 버블의 원인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합리적 버블과 비합리적 버블 이론으로 분류된다. 이론적으로는 합리적 버블이 형성될 수 있지만 ‘투자자의 비합리성’으로 인한 버블 형성 가능성이 더 크다.심리학에서 제시하는 투기심리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더 큰 바보효과 이론(the greater fool theory)’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현재 부동산 가격이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기대치를 적정하게 반영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가격이 비싸더라도 향후 더 높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을지가 투자 결정에 더 중요하다. ‘가격의 관성현상’ 때문이다. 지금까지 상승했다면 현재 가격이 너무 높다고 판단하더라도 앞으로 더 오를 거라는 심리가 형성된다. 높은 가격에 산 자신이 바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자신보다 더한 바보가 더 높은 가격에 살 거라는 믿음이 형성돼 일종의 폭탄 돌리기, 즉 ‘폰지 사기’가 일어난다.

다음으로 ‘후방거울효과(the rearview mirror bias)’를 들 수 있다. 사람들은 의사결정을 할 때 과거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거시경제 요인이나 금융시장 환경 등 여러 내재적 요인에 따라 부동산의 적정가치가 얼마인지 판단하기보다 과거 추세만 보고 미래에 대한 의사결정을 한다. 특히 장기간에 걸친 과거가 아니라 바로 직전, 즉 최근 추세에 집착해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워런 버핏이 개인 투자자들의 이런 경향을 비판해 유명해졌다.

세 번째는 ‘군중심리효과(follow the crowd syndrome)’로 모든 사람이 부동산으로 큰돈을 번다고 하는데 ‘나만 소외돼 있나’라는 불안감으로 투기에 동참하려는 것이다. 또 인간이 지닌 ‘후회회피성향’으로 인해 현재 부동산 가격이 높더라도 추후 가격이 더 오른다면 후회하게 될 것이 두려워 추격 매수하려는 심리가 생길 수 있다.그래서 거시경제 예측이나 수급상황 분석에 따라 향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통해 경고하더라도 투기심리를 잠재우는 데 한계가 있다. 투자자들은 미래에 대한 합리적 기대보다 과거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전망적 분석보다는 과거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던 사건, 예를 들어 금융위기 때 고가 주택가격이 얼마나 하락했는지와 같은 예시를 분석해 전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또 정책을 제시할 때 그 빈도와 타이밍도 고려해야 한다. 이번 정부가 열여덟 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투기심리를 억제하는 데 실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책을 발표하고 시장 반응을 살펴본 뒤 다시 가격이 오르면 또 다른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아 그렇게 정책을 펴도 또 오르는구나’라는 투기심리만 조장했을 뿐이다. 그런 측면에서 작년 9·13 대책 이후 가격이 소강상태로 20주 이상 하락한 올 5월이나 6월쯤이 고강도 정책을 발표해 투기심리를 완전히 잠재울 적기였지 싶다. 항생제 남용에 따라 항생제 내성균인 슈퍼박테리아가 출현했듯 정책도 자꾸 반복되면 투기심리에 내성이 생기게 된다. 결국 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정책의 빈도는 줄이되 강도를 높이고, 특히 타이밍을 잘 맞춰야 정책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