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계열사 CEO 40% 교체 '초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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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쇄신 의지' 반영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전체 계열사의 40%가 넘는 22개사의 대표(또는 사업부장)를 교체했다.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켜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기는 파격 인사도 있었다.
상무 승진시켜 그룹 CFO로
롯데는 19일 롯데지주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롯데제과 호텔롯데 등 50여 개 계열사 이사회를 열어 정기 임원인사를 했다. 롯데지주 대표에는 호텔&서비스BU(사업부문)장을 맡고 있던 송용덕 부회장이 선임됐다. 롯데지주는 기존 신 회장, 황각규 부회장 대표체제에서 송 부회장까지 세 명의 대표체제로 바뀌었다.강희태 롯데백화점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유통BU장이 됐다. 유통BU장이던 이원준 부회장은 후배들을 위해 용퇴했다. 그는 올 하반기부터 용퇴 의사를 신 회장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서비스BU장에는 이봉철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CFO)이 신규 선임됐다. 그룹 CFO는 이날 전무로 승진한 추광식 롯데지주 재무1팀장에게 맡겼다.
유통 계열사들의 변동폭이 컸다. 백화점 수장에 황범석 롯데홈쇼핑 전무, 슈퍼에 남창희 롯데마트 전무, e커머스(전자상거래)에 조영제 롯데지주 전무를 내세웠다. 코리아세븐은 최경호 전무가, 롯데컬처웍스는 기원규 전무가 대표를 맡는다. 롯데자이언츠에는 롯데케미칼의 이석환 전무를 보냈다.50대 '젊은 대표' 전진배치
롯데 계열사 50여곳 이사회…초강수'인적쇄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났다. 경영 비리, 국정 농단 등에 연루돼 4년 가까이 법정에 섰던 그가 사실상 자유롭게 경영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신 회장은 이후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예고했다. 이전 인사를 할 때는 사법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롯데가 19일 단행한 정기 임원인사에선 신 회장의 변화에 대한 의지가 읽힌다. ‘철저히 성과 중심으로 인사를 하고, 세대교체를 이루겠다’는 것이다.송용덕 부회장, 그룹 안방살림 맡아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롯데지주부터 바꿨다. 기존 황각규 부회장에 더해 송용덕 부회장을 새로 대표로 세웠다. 이에 따라 롯데지주 대표는 신 회장, 황 부회장 두 명에서 송 부회장까지 세 명이 됐다. 황 부회장은 이사회 의장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그룹의 새로운 먹거리 발굴, 해외사업 확장, 재무, 커뮤니케이션 등을 담당한다.호텔&서비스 BU(사업부문)장으로 있던 송 부회장은 롯데지주에서 인사, 노무, 경영개선(감사) 등을 맡는다. 신 회장은 이 두 명의 부회장이 역할을 분담하면 의사결정이 더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봉철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사장)이 송 부회장을 대신해 호텔&서비스 BU장이 된 것도 눈길을 끈다. 그는 그룹 재무팀장, 롯데손해보험 대표 등을 역임한 대표적 ‘재무통’이다. 호텔&서비스 BU장으로 옮긴 것은 호텔롯데의 상장 작업이 그룹 내 큰 현안이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송 부회장과 힘을 합쳐 호텔롯데 상장 작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봉철 사장이 호텔&서비스 BU장으로 옮기면서 공석이 된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에 추광식 상무가 선임된 것은 ‘파격’이다. 1967년생인 추 상무는 전무로 승진하며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이 됐다. 그동안 롯데지주의 실장 자리는 ‘부사장급’ 이상이 맡아왔다. 추 신임 재무혁신실장은 1993년 롯데제과에 입사해 재경팀장, 재경부문장 등을 지내고 2017년 롯데지주로 옮겼다.강희태 롯데백화점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 그룹 내 유통사업 전체를 총괄하게 됐다. 유통BU장도 겸임한다. 롯데백화점이 마트, 슈퍼 등 다른 유통 계열사와 달리 비교적 좋은 실적을 거둔 것이 그의 발탁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자이언츠, 이기는 야구 한다
신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유통 계열사를 가장 많이 바꿨다. 그룹의 주력 사업인 유통이 새롭게 도약하는 모습을 좀처럼 못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 내 백화점, 마트, 슈퍼, e커머스, 롭스 등 대부분의 사업부문 수장이 새로 선임됐다. 백화점에 황범석 롯데홈쇼핑 전무, 슈퍼에 남창희 롯데마트 전무가 선임됐다. e커머스 사업부장은 조영제 롯데지주 전무가 맡았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처음으로 내부 승진을 했다. 정승인 대표가 퇴진하고 최경호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며 신임 대표가 됐다. 롯데컬처웍스 대표에는 기원규 롯데지주 전무가, 롯데멤버스 대표에는 전형식 롯데백화점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옮겼다.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작년 롯데홈쇼핑의 홈쇼핑 사업 재승인 허가를 받아내는 등 어려운 ‘미션’을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물산 신임 대표에는 김현수 롯데손해보험 사장이 선임됐다. 롯데자이언츠 대표도 바뀌었다. 이석환 롯데케미칼 전무가 내정됐다. 롯데자이언츠 성적이 좋지 않은 영향이다. 이 전무는 패배의식에 빠진 롯데자이언츠를 ‘이기는 야구’로 바꾸라는 미션을 받고 갔다. 롯데 관계자는 “야구는 신 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다”며 “퇴진을 앞둔 임원이 가던 자이언츠 대표에 능력을 인정받는 임원이 간 것도 이런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호텔롯데는 호텔신라와 호텔롯데에서 37년간 근무한 호텔 전문가 김정환 대표가 물러나고 김현식 전무가 내부에서 승진해 대표가 됐다. 롯데중앙연구소 소장에는 이경훤 전무가 선임됐다.
안재광/안효주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