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갤럭시폴드 벌써 인터넷에 나돈다?…유출인가 마케팅인가 [노정동의 3분IT]

삼성전자의 차기 폴더블폰으로 추정되는 클램셸(조개) 형태의 폴더블폰 이미지가 인터넷 상에 떠돌고 있다. 중국 왕벤홍 웨이보.
지난 18일 오후 인터넷상에 삼성전자의 차기 폴더블폰(접이식 스마트폰)으로 추정되는 실물 사진이 공개됐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 삼성전자가 내년 출시할 예정인 2020년형 갤럭시폴드로 추정되는 사진이 여러 장 게시됐다.

공개된 이미지는 삼성전자가 지난달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선보인 차세대 폴더블폰 콘셉트 사진과 유사하다. 새 갤럭시폴드는 가로로 접는 형태다. 올해 출시된 삼성의 첫 폴더블폰 갤럭시폴드는 세로 축으로 접는 형태였다.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더 버지'는 "해당 단말이 시제품이나 가짜일지, 혹은 실제 출시될 단말일지 알 수 없다"면서도 "삼성전자가 지난달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공개한 이미지와 잘 들어맞는다"고 평가했다.

스마트폰 신제품이 공개를 몇 달 앞두고 실물로 추정되는 사진이 유출되는 것은 업계 공식처럼 됐다. 마케팅 업계에서는 해당 업체가 유출된 제품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주지도 않고, 그렇다고 부인하지도 않는 기법을 '유출 마케팅'이라고 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2월 신제품 공개(언팩) 행사에서 처음 대중들에 선보일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11의 이미지는 이미 해외 유명 트위터리안들을 통해 알려졌다. 실물 기반의 그래픽 사진인 3D 렌더링을 통해 알려진 이 이미지는 애플의 아이폰11 처럼 '인덕션' 형태 카메라가 탑재될 것으로 그려졌다.
내년 2월에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11플러스 모델의 렌더링 이미지. 트위터 아이스유니버스.
렌더링 사진이 유출되자 IT 블로거는 물론 누리꾼들까지 가세해 "아이폰 디자인을 비판하던 삼성전자도 결국 인덕션 형태 카메라를 쫓아간다"고 혹평하거나 "아이폰과는 달리 카메라 배치가 자연스러워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는 등 반박을 폈다.

내년 1월 출시 예정인 갤럭시노트10 라이트로 추정되는 실물 사진과 스펙도 미 IT 매체들에 의해 최근 유출됐다.

이 사진이 실제 삼성전자가 출시할 제품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종전에도 출시를 앞두고 유출된 사진과 스펙이 실제 제품과 거의 같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실물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올해만 해도 갤럭시S10, 갤럭시A80, 갤럭시노트10 등 삼성전자의 2019년형 신제품들은 공개 전 실물 사진이 모두 유출됐다. 삼성뿐 아니라 애플의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11 시리즈와 무선 이어폰 에어팟도 회사가 공식 발표하기 전 인터넷 상에 실물 사진이 나돌았다.

스마트폰 '유출 마케팅'의 시초는 애플 아이폰4다. 전작의 대성공으로 후속작에 대한 소비자들 관심이 뜨거운 상황이었다.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 한 술집에서 애플 엔지니어로 추정되는 인물이 신형 아이폰으로 추정되는 제품을 테이블 위에 두고 간 것을 IT 전문매체 '기즈모도'가 입수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2010년 당시 IT전문매체 기즈모도가 실리콘밸리의 한 술집에서 입수한 아이폰4(왼쪽)의 모습. 나중에 실제 제품으로 밝혀졌다. 기즈모도.
2010년 6월엔 삼성전자 남아공 현지 법인이 출시 전이던 첫번째 태블릿PC 갤럭시탭 실물 사진을 트위터에 잠시 올렸다가 삭제했다. LG전자의 첫 프리미엄 스마트폰 옵티머스G 실물 사진 역시 IFA(유럽 가전박람회)에서 공개하기 전인 2012년 8월 인터넷 상에 흘러나갔다.업계 관계자는 "어떤 경로를 통해 실물 사진이 유출되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소비자 관심을 환기시키고 대량생산 전 시장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출 마케팅'은 효과적인 면이 있다"고 말했다.
2010년 삼성전자 남아공법인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유출된 '갤럭시 탭' 모습
다만 디자인이나 일반 기기 스펙처럼 '가벼운 정보'와 달리 제조사 핵심기술이나 소비자가 단번에 매력을 느낄 비장의 무기를 준비한 경우는 제조사들이 꽁꽁 숨긴다.

특히 폴더블폰은 IT 업체들이 5G 시대의 새로운 폼팩터(특정적 기기 형태)로 부상해 치열하게 기술경쟁을 벌이는 제품. 삼성전자, 화웨이, 모토로라 등 폴더블폰을 개발하고 있거나 이미 시중에 내놓은 제조사들조차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지 못할 정도로 애를 먹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폴더블폰 개발 직원들 대상으로 기술·생산·공급은 물론 내부 동향과 분위기까지 모든 정보에 대한 보안유지 서약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약서에는 일반적으로 개발자들이 지키는 보안유지 사항 범위를 넘어 폴더블폰에 대한 일체의 정보를 제3자에게 절대 발설하거나 공개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만약 정보를 유출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한편 기술 유출을 신고할 경우 최대 1억원 수준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도 운영 중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