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연금개편 총파업 해법 '오리무중'…성탄 연휴 교통대란 우려

3주차 접어든 총파업…버스·지하철·기차 등 대중교통 차질 심각
필리프 총리-노동계·재계 연쇄 회동했으나 입장차만 확인
다음달 9일 대규모 시위 예고…'크리스마스 휴전' 제안도 나와
프랑스에서 연금제도 개편반대 총파업이 3주 차에 접어든 19일(현지시간)까지도 정부와 노동계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성탄절 연휴까지 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크리스마스 대란'만큼은 피하기 위해 전날에 이어 이날도 노동계·재계 대표와 만났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협상장을 떠났다고 AFP통신, 가디언 등이 전했다.

필리프 총리는 노조 측에 "크리스마스 연휴에 프랑스인들이 가족들을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노동계는 내년 1월 9일 대규모 시위 일정을 알리며 파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회동 후 로랑 베르제 민주노동연맹(CFDT) 위원장은 여전히 정부 입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고, 필리프 마르티네즈 노동총연맹(CGT) 위원장은 "총리는 길거리의 외침을 듣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프랑스 국철(SNCF)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노조 UNSA는 크리스마스 '휴전'을 제안하기도 했으나, 파업을 중단할 기미는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총파업을 주도하는 제2 노동단체 CGT는 정부에 연금개편안 폐기를 요구하는 것과 달리, 제1 노동단체 CFDT는 정부가 추진하는 단일 연금체제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CFDT도 연금을 수령하는 나이를 현행 62세에서 64세로 높이는 문제에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CGT는 정부안대로 은퇴 연령을 늦추는 방식이 아니라 기업들에 사회보장 기여금을 더 부과하고, 금융상품에 대한 과세를 늘리는 방식으로 연금의 적자를 메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프랑스 정부는 현재 직종·직능별로 42개에 달하는 퇴직연금 체제를 포인트제를 기반으로 한 단일 국가연금 체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에 적합하게 연금제도를 원점에서 다시 설계하고, 단일연금 체제 도입을 통해 노동 유연성을 높이면서 국가재정의 부담을 줄인다는 목표다.

가령, 현재 SNCF의 철도 기관사의 경우 특수연금의 혜택을 받아 50세가 넘으면 은퇴한 뒤 퇴직연금을 수령할 수 있지만, 현재 민간 기업의 은퇴 연령은 62세다.

SNCF 임직원의 퇴직연금에 프랑스 정부는 매년 30억 유로(3조9천억원 상당)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노동계는 그러나 정부의 연금개편안에 대해 "더 오래 일하게 하고 연금은 덜 주겠다는 것"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개편안 중에서도 현재와 비슷한 수준의 연금을 수령하려면 현 법정 은퇴 연령인 62세를 넘겨 최소 64세까지 일해야 한다는 방안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지난 5일 시작해 보름 넘게 계속되는 총파업으로 프랑스 전역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파리 시내와 수도권 일드프랑스 지역의 대중교통은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고, 주요 도시를 연결해주는 철도망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파리교통공사(RATP)의 파업으로 이날 16개 파리 지하철 노선 가운데 6개 노선의 지하철 운행이 전면 중단됐고, 나머지 노선의 운행 빈도도 크게 줄었다.

SNCF는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23일 운행할 계획이던 TGV와 지역간선철도의 59%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열악한 교통 사정을 고려해 일부 대학에서는 기말고사를 취소 또는 연기하는 일도 벌어졌고, 파리 오페라극장인 오페라 가르니에는 공연을 취소했다.

크리스마스라는 극성수기를 앞두고 벌어진 총파업은 기업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년보다 매출이 30∼60% 감소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총파업에 따르는 불편함과 별개로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개편안을 바라보는 부정적 여론은 더 커지는 기류다.

리서치업체 엘라베가 발표한 최신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7%가 정부의 연금개편안에 반대한다고 답해 한 주 전보다 반대 의견이 8% 포인트 높아졌다.반면에 응답자의 63%는 연말 성탄절 휴가 시즌에는 총파업의 '휴전'을 원한다고 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