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년 100조원 투자하겠다"는 정부, 실현방법 제시해 보라

정부가 내년 성장률 2.4% 달성을 위해 100조원의 투자를 이끌어내겠다고 발표했다. 민간기업 25조원, 민간투자사업 15조원, 공공기관 60조원 등이다. 공공기관 투자는 예산에 반영돼 있다지만, 나머지 40조원을 어떻게 달성할지는 불확실하다.

민간기업 투자 25조원만 해도 에쓰오일이 7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던 울산 석유화학공장, 1조3000억원의 신세계 인천 청라 복합쇼핑몰 등 10조원을 제외한 15조원은 연내 추가 발굴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게다가 확정됐다는 에쓰오일 투자는 대기오염물질 총량관리제도 확대 시행, 신세계 투자는 하수처리장 조기 증설이란 문턱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민자사업 15조원 또한 변수를 안고 있다. 정부는 내년에 5조2000억원을 집행하고 나머지 10조원은 신규 발굴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말한 100조원 투자를 달성하려면 민간·민자 분야에서 25조원의 프로젝트를 새로 발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는 “기업들이 투자 의사를 표시한 프로젝트들이 있다”고 했지만, 그런 프로젝트가 목표치만큼 될지도 의문인 데다 실제 투자 집행으로 이어지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정부가 제조업 르네상스, 신산업 육성 등 각종 계획을 내놓을 때마다 민간투자 전망치를 제시했지만 ‘공수표’로 끝난 전례도 있다.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투자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실현할 구체적인 방법론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시장 신뢰를 얻기 어렵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재정지출에만 의존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불확실한 민간투자로 숫자를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강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진심으로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면 서둘러 규제를 풀고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겉만 번지르르한 장밋빛 목표를 제시하는 게 아니라,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당장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