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병든 고양이 살렸더니, 소유권 주장하는 캣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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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더욱 쌀쌀해지면서 동네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에 대해 걱정을 쏟는 캣맘들이 많다.
20대 여성 A 씨는 최근 새끼 때부터 봐왔던 길고양이 중 한 마리가 무지개다리를 건너자, 남은 두 녀석이 걱정됐다. 고양이를 크게 좋아했던 적은 없었지만 빌라를 오가다 만난 이 아이들은 애교가 많아 애정이 갔다고 한다. 그래서 고양이용 간식을 일부러 사다가 가방에 한 팩에 넣어 다닐 정도였다.
어느 날, 고양이 두 마리에게 간식을 챙기고 있던 A 씨에게 한 아주머니가 말을 걸었다. "우리 애들 먹을 거 챙겨주는 거예요?"
A 씨는 이 고양이들이 주인이 있는 줄 몰랐다. 당황해하며 "함부로 먹을 것을 줘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아주머니는 "괜찮다"면서 "이 앞 식당에서 일하는데, 문 닫는 날에 우리 애들 자주 부탁한다"고 했다.
동물을 한 번도 키워본 적 없는 A 씨가 보기에 아주머니의 행동은 충격적이었다. 식당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를 고양이들에게 주고 있었던 것.
A 씨는 이 아주머니가 "우리 애들"이라고 표현해 고양이들을 잘 보살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식당 앞에 놓여있는 더러운 스티로폼 박스가 고양이들의 집이었다. '고양이 집입니다. 가져가지 마세요'라는 글귀가 쓰여있었기에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고양이들은 제대로 된 집도 없었고, 영양 섭취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 A 씨는 고양이용 사료를 한 포대 구입해 하루에 한 번씩 먹이기 위해 노력했다.
A 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추워지자 고양이들은 금세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나타난 고양이 두 마리는 물도 마실 기력이 없어 보였다. 고양이들을 "우리 애들"이라며 예뻐했던 아주머니의 식당에 가보니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A 씨는 고양이들을 안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향했다. 두 마리의 고양이는 영양실조에 바이러스까지 감염된 상황이었다. 고양이들을 입원시켰고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다.
다음 날 식당으로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아주머니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아가씨, 병원비 달라고 온 거예요?"
A 씨는 당혹스러웠다. 이 아주머니가 고양이의 건강을 걱정한 것이 아니라 병원비를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A 씨는 아주머니에게 "병원비 솔직히 좀 많이 나오긴 했다. 하지만 그거 달라고 찾아온건 아니다. 아이들이 안 보이면 찾으실까 봐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머니는 정색하며 "오갈 곳 없는 불쌍한 애들에게 음식 남는 것 줬다"며 "아량을 베푼 것 뿐인데 왜 그런걸 말하냐"며 기분 나빠했다.
속이 상한 A 씨는 "고양이들이 퇴원하면 제가 데려가서 키워도 되겠냐"고 물었다.
아주머니는 "내 고양이 아니다"라며 "이쁜 짓 할 나이도 다 지났는데, 키우든 말든 마음대로 해라. 앞으로 이런 일로 찾아오지 마라"고 호통쳤다.
그날로 A 씨는 초보 집사가 됐다. 유튜브를 보며 열심히 공부해 고양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했다. 살고 있는 빌라 주인에게도 양해를 구했고 한 달에 한번씩 고양이 검진도 받게 했다.
고양이들의 건강이 완벽히 돌아왔다. 몸집도 많이 커져서 더욱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문제는 식당 아주머니가 다시 나타나면서부터다.
퇴근길 식당 앞을 지나는데 아주머니가 말을 걸었다. "내가 바빠서 아가씨한테 손을 좀 빌렸는데 이제 아가들 돌려달라" 요구했다.
A 씨는 "이제 와서 왜 이러시냐"며 "절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아주머니는 "이제 애들 케어할 수 있으니 빨리 데리고 오라"며 언성을 높였다.
아주머니가 막무가내로 굴자 도로 위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A 씨는 겨우 건강을 찾은 고양이들을 다시 보낼 순 없었다. 아주머니에게 돌아가면 또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스티로폼 박스에서 겨울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A 씨는 강수를 뒀다. 아주머니에게 "그동안 나온 병원비 주세요. 중성화 수술비까지 다 해서 200만 원 정도에요. 얼마나 주실거예요?"라고 따져 물었다.
아주머니는 도끼눈을 뜨면서 "왜 우리 애들 마음대로 중성화 시켰냐"며 "몰래 새끼 빼내려고 그런 거 아니냐"며 입에 담기 힘든 말을 했다.
A 씨는 경찰을 부르겠다며 함께 소리 질렀다. 식당 주인들이 쫓아 나와 "원래 화가 많은 사람"이라며 이해를 구했다.
수일이 지났지만 퇴근하고 식당 앞을 지날 때면 아주머니가 나와 "고양이 빨리 데려오라"며 소리친다고 한다.
A 씨는 "살다 보니 이런 경우가 다 있다. 이제 쓰레기 버리러도 못 갈 것 같다. 혹시 법적으로 소유권을 주장하게 되면 저희 애들 진짜로 보내야 하나"라며 네티즌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네티즌들은 "길고양이 밥 챙겨줬다고 주인 행세라니. 어이가 없다", "길냥이에게 소유주가 어디 있나. 소유권을 주장하려면 증거가 있어야 한다. 병원 진료 기록, 청구 금액, 용품 구매 내역 등이다. 아파도 병원 안 데려간 아줌마는 소유권 주장을 절대 할 수 없다", "지금까지 고양이 케어하며 결재했던 영수증 등을 모두 모아서 돈 주면 드리겠다고 하는 방법 밖엔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동훈 로베리 변호사의 '동물법 이야기'에 따르면 동물은 물건과 같고 소유자가 없는 물건은 무주물이기에 길고양이는 법적으로 무주물로 판단된다.
민법상 무주의 동산, 즉 무주물을 소유 의사로 점유한 자는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주인이 없는 물건인 길고양이를 소유 의사를 가지고 점유하게 되면 그 점유자는 길고양이의 소유자가 된다.
하지만 단순히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줬다고 해서 소유자라고 할 순 없다. 캣맘은 길고양이의 원조를 해주는 '자원봉사활동가'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나 해당 길고양이의 소유자라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무주물의 선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캣맘도 길고양이의 소유자가 될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이 책은 설명한다. ※[와글와글]은 일상 생활에서 겪은 황당한 이야기나 어이없는 갑질 등을 고발하는 코너입니다. 다른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사연이 있다면 보내주세요. 여러분의 사연을 보내실 곳은 jebo@hankyung.com입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20대 여성 A 씨는 최근 새끼 때부터 봐왔던 길고양이 중 한 마리가 무지개다리를 건너자, 남은 두 녀석이 걱정됐다. 고양이를 크게 좋아했던 적은 없었지만 빌라를 오가다 만난 이 아이들은 애교가 많아 애정이 갔다고 한다. 그래서 고양이용 간식을 일부러 사다가 가방에 한 팩에 넣어 다닐 정도였다.
어느 날, 고양이 두 마리에게 간식을 챙기고 있던 A 씨에게 한 아주머니가 말을 걸었다. "우리 애들 먹을 거 챙겨주는 거예요?"
A 씨는 이 고양이들이 주인이 있는 줄 몰랐다. 당황해하며 "함부로 먹을 것을 줘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아주머니는 "괜찮다"면서 "이 앞 식당에서 일하는데, 문 닫는 날에 우리 애들 자주 부탁한다"고 했다.
동물을 한 번도 키워본 적 없는 A 씨가 보기에 아주머니의 행동은 충격적이었다. 식당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를 고양이들에게 주고 있었던 것.
A 씨는 이 아주머니가 "우리 애들"이라고 표현해 고양이들을 잘 보살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식당 앞에 놓여있는 더러운 스티로폼 박스가 고양이들의 집이었다. '고양이 집입니다. 가져가지 마세요'라는 글귀가 쓰여있었기에 겨우 알아볼 수 있었다. 고양이들은 제대로 된 집도 없었고, 영양 섭취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 A 씨는 고양이용 사료를 한 포대 구입해 하루에 한 번씩 먹이기 위해 노력했다.
A 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추워지자 고양이들은 금세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나타난 고양이 두 마리는 물도 마실 기력이 없어 보였다. 고양이들을 "우리 애들"이라며 예뻐했던 아주머니의 식당에 가보니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A 씨는 고양이들을 안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향했다. 두 마리의 고양이는 영양실조에 바이러스까지 감염된 상황이었다. 고양이들을 입원시켰고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다.
다음 날 식당으로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아주머니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아가씨, 병원비 달라고 온 거예요?"
A 씨는 당혹스러웠다. 이 아주머니가 고양이의 건강을 걱정한 것이 아니라 병원비를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A 씨는 아주머니에게 "병원비 솔직히 좀 많이 나오긴 했다. 하지만 그거 달라고 찾아온건 아니다. 아이들이 안 보이면 찾으실까 봐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머니는 정색하며 "오갈 곳 없는 불쌍한 애들에게 음식 남는 것 줬다"며 "아량을 베푼 것 뿐인데 왜 그런걸 말하냐"며 기분 나빠했다.
속이 상한 A 씨는 "고양이들이 퇴원하면 제가 데려가서 키워도 되겠냐"고 물었다.
아주머니는 "내 고양이 아니다"라며 "이쁜 짓 할 나이도 다 지났는데, 키우든 말든 마음대로 해라. 앞으로 이런 일로 찾아오지 마라"고 호통쳤다.
그날로 A 씨는 초보 집사가 됐다. 유튜브를 보며 열심히 공부해 고양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했다. 살고 있는 빌라 주인에게도 양해를 구했고 한 달에 한번씩 고양이 검진도 받게 했다.
고양이들의 건강이 완벽히 돌아왔다. 몸집도 많이 커져서 더욱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문제는 식당 아주머니가 다시 나타나면서부터다.
퇴근길 식당 앞을 지나는데 아주머니가 말을 걸었다. "내가 바빠서 아가씨한테 손을 좀 빌렸는데 이제 아가들 돌려달라" 요구했다.
A 씨는 "이제 와서 왜 이러시냐"며 "절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아주머니는 "이제 애들 케어할 수 있으니 빨리 데리고 오라"며 언성을 높였다.
아주머니가 막무가내로 굴자 도로 위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A 씨는 겨우 건강을 찾은 고양이들을 다시 보낼 순 없었다. 아주머니에게 돌아가면 또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스티로폼 박스에서 겨울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A 씨는 강수를 뒀다. 아주머니에게 "그동안 나온 병원비 주세요. 중성화 수술비까지 다 해서 200만 원 정도에요. 얼마나 주실거예요?"라고 따져 물었다.
아주머니는 도끼눈을 뜨면서 "왜 우리 애들 마음대로 중성화 시켰냐"며 "몰래 새끼 빼내려고 그런 거 아니냐"며 입에 담기 힘든 말을 했다.
A 씨는 경찰을 부르겠다며 함께 소리 질렀다. 식당 주인들이 쫓아 나와 "원래 화가 많은 사람"이라며 이해를 구했다.
수일이 지났지만 퇴근하고 식당 앞을 지날 때면 아주머니가 나와 "고양이 빨리 데려오라"며 소리친다고 한다.
A 씨는 "살다 보니 이런 경우가 다 있다. 이제 쓰레기 버리러도 못 갈 것 같다. 혹시 법적으로 소유권을 주장하게 되면 저희 애들 진짜로 보내야 하나"라며 네티즌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네티즌들은 "길고양이 밥 챙겨줬다고 주인 행세라니. 어이가 없다", "길냥이에게 소유주가 어디 있나. 소유권을 주장하려면 증거가 있어야 한다. 병원 진료 기록, 청구 금액, 용품 구매 내역 등이다. 아파도 병원 안 데려간 아줌마는 소유권 주장을 절대 할 수 없다", "지금까지 고양이 케어하며 결재했던 영수증 등을 모두 모아서 돈 주면 드리겠다고 하는 방법 밖엔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동훈 로베리 변호사의 '동물법 이야기'에 따르면 동물은 물건과 같고 소유자가 없는 물건은 무주물이기에 길고양이는 법적으로 무주물로 판단된다.
민법상 무주의 동산, 즉 무주물을 소유 의사로 점유한 자는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주인이 없는 물건인 길고양이를 소유 의사를 가지고 점유하게 되면 그 점유자는 길고양이의 소유자가 된다.
하지만 단순히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줬다고 해서 소유자라고 할 순 없다. 캣맘은 길고양이의 원조를 해주는 '자원봉사활동가'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나 해당 길고양이의 소유자라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무주물의 선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캣맘도 길고양이의 소유자가 될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이 책은 설명한다. ※[와글와글]은 일상 생활에서 겪은 황당한 이야기나 어이없는 갑질 등을 고발하는 코너입니다. 다른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사연이 있다면 보내주세요. 여러분의 사연을 보내실 곳은 jebo@hankyung.com입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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