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환경서 혁신 추구한 핀란드 디자인을 만나다(종합)

국립중앙박물관, 내일부터 내년 4월 5일까지 특별전
사우나·오로라 체험 공간도 마련…"힐링 장소 될 것"
북유럽 핀란드 지리와 역사는 "척박한 환경과 강한 이웃들"이라는 문구로 요약된다. 국토 남단과 가까운 수도 헬싱키 위도가 북위 60도여서 겨울이 길고 춥다.

역사적으로는 1917년 독립을 선언하기 전까지 스웨덴과 러시아 같은 주변 강대국의 지배를 받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일 만난 백승미 학예연구사는 "핀란드는 역사 속에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는 도전을 택했고, 복잡한 환경에서도 주변과 공존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박현택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전문경력관은 검소함과 단순함을 핀란드 디자인 특징으로 꼽고는 "자연을 경외하고 평범한 일상을 소중히 여긴 핀란드 사람들은 자연 친화적 소재와 공정, 사용자 중심의 단순하고 간결한 형태를 선호했다"고 강조했다.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핀란드 디자인의 과거와 현재를 만나는 전시가 서울에서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처음으로 마련한 북유럽 전시 '인간, 물질 그리고 변형-핀란드 디자인 10 000년'이다. 1만 년 핀란드 디자인 역사를 짚어보는 자리다.

오는 21일 개막하는 전시는 핀란드 국립박물관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개최한 특별전 '디자인의 만 년' 세계 순회전이다.

핀란드와 한국을 대표하는 박물관이 함께 전시 내용을 재구성했다. 고고학 유물과 역사에 집중해 온 중앙박물관이 디자인 전시를 한다는 점에서 이례적, 파격적이라고 할 만하다.

통상 디자인은 미술관이 다루는 주제다.

백 연구사는 "핀란드 디자인의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새로운 형태의 융·복합 전시"라고 했다.

특별전 개막에 맞춰 방한한 엘리나 안틸라 핀란드 국립박물관장은 "혁신이라는 개념을 선조로부터 이어온 참여적인 발전 과정으로 해석해 선보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눈이 쌓인 숲 사진이 있는 입구를 지나면 도입부에 해당하는 컴컴한 공간이 나온다.

천장에는 스피커 64개를 매달았고, 벽에는 숫자 0과 1로 이뤄진 컴퓨터 언어가 비쳐 분위기가 독특하다.

한국에 온 핀란드 자료는 모두 140여 건. 여기에 한국 유물 20여 건을 더해 유라시아 대륙 서쪽과 동쪽 나라 문화를 비교하도록 했다.

핀란드 전시품에는 하얀색, 한국 문화재에는 붉은색 스티커를 각각 붙였다.

전시실에는 길쭉한 돌도끼와 노키아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나뭇가지 형태를 살린 의자, 핀란드 출신 세계적 건축가 알바 알토 작품, 패션 디자이너 투오마스 라이티넨이 제작한 양복, 썰매, 스키, 장화, 설피 등 핀란드 디자인 정수라고 할 만한 자료들이 대거 나왔다.

전시 구성은 시간순으로 하지 않았다.

'인간은 사물을 만들고, 사물은 인간을 만들다', '물질은 살아 움직인다', '사물의 생태학', '원형에서 유형까지', '초자연에서 탈자연으로', '사물들의 네트워크' 등 6가지 소주제로 나눴다.

백 연구사는 "핀란드 디자인을 통해 인간과 물질 사이 관계, 아날로그와 디지털 간 균형, 사물과 기술이 주고받은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곳곳에는 원목으로 만든 사우나, 시벨리우스 오디오 부스, 오로라 감상실 등 핀란드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체험 공간을 만들었다.

특히 전시장 끝에 있는 오로라 감상실에서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밤하늘에 펼쳐지는 황홀하고 아름다운 오로라를 만난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창령사터 오백나한, 조선시대 실경산수화에 이어 힐링을 경험하는 전시가 될 것"이라며 "전시를 보며 인간의 특별한 지적, 미적 능력과 보편성, 개성이라는 개념을 음미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내년 4월 5일까지. 이어 국립김해박물관과 국립청주박물관에서도 계속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