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임상 데이터 익명화해 분석·공유…개인정보 유출 없이 의료 연구 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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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립색 < 美 컬럼비아대 메디컬센터 교수 >“오디세이(OHDSI)는 개인 정보를 보호하면서 이를 활용해 환자들의 공중보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비영리 국제 연구 컨소시엄입니다. 환자의 데이터를 활용해 또 다른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모델이죠.”
'오디세이' 200여개 기관 참여
CDM으로 변환된 임상 데이터 20억명분 달해
각국 분산 연구망 활용하면
최적의 의료서비스 가능할 것
조지 립색 미국 컬럼비아대 메디컬센터 교수(사진)는 “공통데이터 모델(CDM)을 활용하면 개인 정보 유출을 막으면서 의료 데이터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립색 교수는 의료정보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비영리 컨소시엄인 오디세이 의장을 맡고 있다. 의료정보학회 등이 주최한 국내 오디세이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최근 한국을 찾았다.오디세이는 병원마다 보유한 전자의무기록(EMR) 자료를 CDM으로 익명화하고 표준화한 세계 하나뿐인 다기관 연구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연구를 원하는 사람이 오디세이 포럼에 연구계획서와 분석툴을 올리면 각 병원 연구진이 자신이 속한 기관의 CDM을 분석해 분석 결과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연구에 참여하는 사람은 각 병원에서 분석한 결과물만 받아볼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세계에서 200개 넘는 기관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CDM으로 변환된 임상 데이터는 20억 명분에 달한다.
립색 교수는 CDM을 이용해 세계 고혈압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약물 치료별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세계적 학술지 란셋에 실어 주목받았다. 세계 고혈압 환자 500만 명의 약물 사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립색 교수는 가장 저렴하고 오래된 이뇨제를 고혈압 1차 치료제로 사용하는 것이 환자 부담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그는 “연구 과정에서 국가별 당뇨 치료제 사용 패턴이 다르다는 점도 확인했다”며 “700만 개의 의료용어를 표준 코드로 변환하기 때문에 세계 연구자들이 여러 병원에 있는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의료기관도 분산형 바이오헬스 빅데이터 사업단(사업단장 박래웅 아주대 의료정보학과 교수)을 중심으로 CDM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CDM을 구축한 국내 의료기관은 64곳이다. 아주대병원 강원대병원 부천세종병원 메디플렉스세종병원 원광대병원 전북대병원 등 6개 병원은 CDM 연구 자유지대도 만들었다. 빅데이터 연구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국내에서는 여러 병원에 있는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연구하려면 병원마다 설치된 데이터 연구윤리위원회(IRB)를 통과해야 한다. 여러 병원이 함께 빅데이터 연구를 하다가 추가로 다른 의료기관을 데이터 연구 기관으로 포함하려면 연구에 참여한 모든 의료기관 IRB를 다시 거쳐야 한다. 의료계에서 빅데이터 연구 제약이 많다고 지적해온 배경이다.
CDM 연구 자유지대를 구축한 의료기관들은 한 의료기관의 IRB만 받으면 다른 의료기관의 IRB도 받은 것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협약기관 연구진은 소속된 기관뿐 아니라 협약기관의 CDM 기반 분산 연구망을 똑같이 이용할 수도 있다. 내년에는 국내 30여 개 병원이 연구 자유지대에 참여할 계획이다.
오디세이는 데이터 표준화와 보안, 개인정보 등의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한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환자 건강데이터, 유전체 데이터, 각종 영상 촬영 데이터 등을 포함하지 못하는 것은 한계다. 립색 교수는 “스마트워치인 핏빗, 환자 설문조사 등을 통해 각종 건강 데이터도 구축할 계획”이라며 “미국 정부가 100만 명 유전체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진행하는 정밀의료 프로젝트에도 CDM이 임상 표준모델로 포함돼 있다”고 했다.비영리 컨소시엄인 오디세이가 성공하려면 참여하는 기관들이 자발적으로 많은 데이터 연구에 참여하도록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 혜택 확대 등도 필요하다. 립색 교수는 “건강보험의 목표는 재정적으로 비용을 줄이는 것”이라며 “빅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를 통해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 혜택도 자연히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분산 연구망을 활용하면 나라마다 규제를 지키면서 협력 연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