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평화유지군, 아이티 소녀 성착취…아이 버려두고 나몰라라

영국 등 연구팀이 아이티 주민 2천500명 인터뷰해 폭로
"10대 초반 어린 소녀와 밥 한 끼 대가로 성관계"
극빈국 아이티에 주둔했던 유엔 평화유지군들이 어린 소녀들에 대한 성 착취를 일삼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티에는 이들이 버려두고 간 수많은 아빠 없는 아이들이 힘겹게 생활하고 있다고 호주 비영리매체 더컨버세이션과 미국 뉴욕타임스 등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같은 사실은 새빈 리 영국 버밍엄대 교수 등 연구팀이 2004∼2017년 아이티에 주둔했던 유엔 평화유지군 활동에 대해 현지인 2천500명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인터뷰한 이들 열 명 중 한 명꼴로 평화유지군에 의한 임신과 출산 사례를 증언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마리(가명)는 14살 때 기독교 학교에 입학했다가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아이티에 온 브라질 군인 미게우를 만나 관계를 맺었다.

미게우의 아이를 갖게 된 마리가 그에게 임신 사실을 전하자 그는 마리와 아이를 돕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약속과 달리 브라질로 돌아갔고 마리가 페이스북으로 애타가 연락했지만 답을 하지 않았다. 임신한 후 집에서도 쫓겨난 마리는 시급 25구르드(약 300원)짜리 일을 하며 4살된 아들을 키우고 있다.

브라질군, 유엔, 아이티 정부 누구도 마리 모자를 돕지 않는다.

마리 아들처럼 버려진 평화유지군의 아이들은 아이티에서 '프티 미누스타'라고 불린다. '프티'(petit)는 '작다'는 뜻의 프랑스어이고, '미누스타'(MINUSTAH)는 '유엔 아이티 안정화지원단'의 약자다.
마리처럼 10대 초반의 어린 소녀와 성관계를 맺은 것도 문제지만, 심지어 대가를 주고 관계를 맺거나 성폭행을 한 경우도 있었다.

평화유지군이 밥 한 끼를 주고 성관계를 하거나, 자신의 아이를 낳은 아이티 여성에게 500구르드(약 6천원)을 건네고 사라지기도 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피해 아이티 여성 중엔 11살 소녀도 있으며, 소년들이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버려진 아이를 혼자 키워야 하는 아이티 여성은 생계를 위해 다시 평화유지군과 관계를 맺기도 한다.

더컨버세이션에 따르면 연구팀이 수집한 사례에서 아이를 버려두고 가버린 평화유지군의 국적으로는 우루과이와 브라질이 가장 많았다.

이 두 나라는 평화유지군 전체에서도 가장 비중이 크다고 더컨버세이션은 전했다.

아이티 주둔 평화유지군의 성적 비행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2007년 아이티에 주둔한 스리랑카 국적의 유엔 평화유지군 100여 명이 9명의 아이티 어린이를 성적으로 착취한 사실이 2017년 AP통신 보도로 폭로됐다.

이들은 스리랑카로 귀환했지만 단 한 명도 기소되거나 처벌받지 않았다. 연구팀의 새빈 리 교수는 로이터에 "평화유지군을 교육할 때 단순히 '성폭행하면 안 된다' 수준이어서는 안 된다"며 더 효과적인 교육과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