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세상] 초고가 레지던스 송년회에 등장한 총리ㆍ당대표 화환…정체는?

정치인측 "보낸 적 없다"…"선거철 앞두고 '셀프 화환' 근절책 필요"

분양가가 수십억원대인 초고가 거주 시설의 입주자 송년회 자리에 유력 정치인들 이름이 게재된 화환이 놓인 사진이 인터넷에서 퍼지며 진위 등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 거주자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레지던스 측이 보낸 것으로 보이는 입주자 송년회 공지 문자메시지와 송년회에 배달 온 화환을 찍은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 화환들에는 '국무총리 이낙연', '한국당 대표 황교안',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정운찬' 등 유명 정치인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 글은 '고급 아파트의 송년회 클래스'라는 제목으로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로 퍼져나갔고, "유력 정치인이 사적 모임에 화환을 보내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등 이목을 끌었다. 페이스북 원글은 삭제된 상태다.

국무총리실과 자유한국당 대표실은 화환을 보낸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총리실 의전비서관실은 "그런 화환을 보낸 적이 없으며 진상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밝혔고, 황교안 대표실도 "우리가 쓰는 화환 양식이 아니며 보낸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총리실에서 공식적으로 보낸 화환들을 보면 '대한민국 국무총리 이낙연'이라는 문구가 리본에 기재된 반면 송년회 사진 속에는 '국무총리 이낙연'이라고만 적혀 있다.

황교안 대표 이름이 올라간 화환에는 '자유한국당'이라는 정식 당 명칭이 아닌 '한국당'이라는 약칭이 쓰여 있다.

다만 동반성장연구소 측은 화환을 보낸 것이 맞다고 밝혔다. 연구소 관계자는 21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서울대 최고위 과정 동문이 정운찬 전 총리를 해당 행사의 내빈으로 초청을 했는데 다른 일정과 겹쳐 참석하지 못하고 화환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총리와 제1야당 대표의 이름이 올라간 두 화환의 정체는 뭘까.

시그니엘 레지던스 측은 입주자 모임 자체 행사여서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레지던스 관계자는 "입주민 자체 행사이고 레지던스가 관여한 것이 없어 화환에 관해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입주민과 접촉해 진위를 물으려 했지만, 로비에서 기자의 접근이 차단됐다.

레지던스 분양을 맡았던 롯데물산에 입주자 대표회 등의 연락처를 물었지만 "알려주는 게 옳지 않다는 입장"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송년회 화환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셀프 화환'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행사가 돋보이도록 유명인들의 허락을 받지 않은 채 이들 이름을 넣어 화환을 보내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작년 지방선거 당시 기초단체장 예비 후보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국회의장 명의의 화환이 등장해 논란이 일었지만 후보자 측 자원봉사자가 보낸 '셀프 화환'으로 밝혀졌다.
한 대형 꽃 배달 업체는 "결혼식이나 개업식에 대통령을 비롯해 유명인 이름을 올린 화환을 보내 달라고 주문하는 경우가 꽤 있다.

사칭 여부를 우리가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어 주문받은 대로 보내곤 한다"고 전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유력 정치인이나 유명인사의 이름을 도용한 화환이 아파트 주민회 같은 친목 모임에 등장하는 일을 막을 뾰족한 방법은 없는 형편이다.

사후에 선거에 영향을 줄 목적이 있었는지를 판단해 처벌 대상으로 검토하고 처벌 수위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치인 이름이 들어간 화환을 보낸 경우 "당선이나 낙선 목적이 있었는지 판단해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6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국회의장 이름을 화환에 넣어 보낸 자원봉사자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총리실 의전비서관실 관계자는 "레지던스 행사에 총리 명의를 도용해 화환을 보낸 주체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있다"며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유사한 사례에 대한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경범죄에 그치는 것으로 알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 측도 "앞으로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