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총리 추천 시한 넘겨…"조기총선" 압박

전국적인 장기 반정부 시위로 총리가 사퇴한 이라크가 차기 총리 후보를 추천하는 시한을 넘기면서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라크 의회는 19일 자정까지였던 시한까지 총리 후보를 대통령에게 통보하지 못했다. 현지 언론들은 전·현직 장관급 3명이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됐으나 정파 간 견해차가 커 연정을 구성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의원내각제인 이라크는 최다 의석을 차지하는 정파가 총리 후보를 추천할 권한을 갖는다.

일각에서는 의회의 친미 진영과 친이란 세력이 차기 총리를 두고 첨예하게 갈등을 빚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라크의 지정학적 위치와 역할을 고려하면 이라크 정부가 미국과 이란 중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중동 정세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의회는 총리 후보 추천 시한을 22일로 연기했다.

지난해 5월 총선으로 구성된 이라크 현 의회는 압도적인 의석수를 확보한 정파가 없어 지난달 사퇴한 아델 압둘-마흐디 총리를 선출하는 데도 5개월 이상 걸렸다. 의회 의석 329석 가운데 반외세·민족주의 성향의 정파 '알사이룬'이 최다인 54석, 친이란 민병대 출신이 구성한 '파타 동맹'이 48석을 차지한다.

압둘-마흐디 총리는 지난달 29일 사퇴하겠다고 밝히고 이달 1일 의회가 이를 승인했다.

그는 10월 1일 민생고와 정부의 부패를 규탄하면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데다 군경의 발포로 시민 450여명이 숨진 데 책임을 지고 총리직을 사퇴했다. 이라크 시아파 최고종교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는 20일 발표한 금요 대예배 설교문을 통해 "새 정부 구성이 더는 지체돼서는 안 된다.

논란의 여지 없는 정부가 들어서 시민의 요구에 응답해 위기를 잠재워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이어 현재의 '정치적 마비' 상태를 평화롭고 가장 신속히 해소하려면 공정하게 선거법을 개혁해 조기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반정부 시위의 중심지인 바그다드에서는 이번 주 들어 시위대와 군경이 별다른 충돌 없이 대치하고 있다. 군경은 정부 청사와 외교 공관으로 통하는 다리에 콘크리트 방벽을 세워 시위대의 접근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