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31년만에 새주인 맞는 아시아나…닷새후 HDC로 넘어가

27일 주식매매계약 체결 예정…2조원 유상증자로 재무구조 개선
노선 최적화 등 'JAL식 구조조정' 전망도…노조, "고용승계" 전면투쟁 결의
아시아나항공이 창립 31주년 만에 새 주인을 맞이하게 되면서 향후 아시아나항공이 직면할 변화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이 27일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으면 사실상 아시아나항공의 주도권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HDC그룹으로 넘어간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004년 그룹 명칭을 '금호'에서 '금호아시아나'로 바꿀 정도로 애정을 쏟은 그룹의 대표 브랜드였지만 27일을 기점으로 금호를 떠나 범현대가(家)의 품에 안기는 것이다.

일단 현대산업개발은 인수금액 2조5천억원 중 3천200억원만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에 투입하고 2조원이 넘는 금액은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개선 등 기업 정상화 자금으로 쏟아부을 계획이다.이렇게 되면 아시아나항공 자본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1조1천억원에서 3조원 이상으로 늘어나고 현재 660%에 달하는 부채비율도 300% 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

유상증자를 통한 '실탄'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면 이후에는 노선 경쟁력과 비용 효율성 등을 높여 수익성을 개선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도 지난달 12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 가진 간담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력 강화"라고 강조한 바 있다.이에 따라 2조엔이 넘는 부채를 안고 2010년 경영 파탄에 빠졌다가 법정 관리를 거쳐 1년4개월만에 회생한 일본항공(JAL)도 일종의 롤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일본항공은 2008년 14개였던 기종 수를 2011년 9개로 줄이고, 적자 노선에서 철수해 국제선 노선은 67개에서 47개로, 국내선은 153개에서 112개로 대폭 축소했다.

4만7천명이었던 직원 수도 조기 퇴직과 자회사 매각 등을 통해 3만명으로 줄였다.그 결과 2008년 500억의 영업 손실을 냈던 일본항공은 2011년 2천5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항공의 노선 네트워크 최적화, 기종수 축소 등 비용절감 노력과 함께 비핵심자산 매각 등이 아시아나항공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이달 1일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의 기종 수는 12종(86대)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21개국의 63개 도시, 74개 국제선 노선에 취항하고 있다.

국내선 노선은 11개다.

'보이콧 저팬'의 여파로 일본 노선이 위축된데다 이미 동남아 노선 등에서 저비용항공사(LCC)와의 경쟁이 극심한 만큼 향후 적자 노선의 조정 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범현대가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

범현대가에 속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이나 현대백화점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모두 항공 물류 기능이 필요하지만 그동안 항공사를 보유한 계열사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한항공이 사실상 80∼90%가량을 점유했던 상용 수요에서도 범현대가의 지원을 바탕으로 사실상 30% 이상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명칭과 기업 이미지(CI) 등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정몽규 회장은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 아시아나항공의 명칭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이 지금까지 상당히 좋은 브랜드 가치 쌓아왔다"며 "현재로서는 바꿀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HDC그룹 내 계열사 대부분이 HDC현대산업개발, HDC아이파크몰, HDC신라면세점 등 'HDC' 명찰을 달고 그룹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HDC아시아나항공' 등으로 바꾸고 소속감을 높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윙'(날개) 마크는 떼고 조만간 새 CI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서는 향후 조직 개편 과정에서 구조조정 가능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비록 정 회장이 "인력조정 등 구조조정은 현재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밝히기는 했으나 통상 기업 매각 후 구조조정이 이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일단 아시아나항공은 23일부터 또다시 국내 일반·영업·공항서비스직 중 근속 만 15년 이상된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지난 5월 희망퇴직을 받은 데 이어 올해 두번째 희망퇴직 신청이어서 일각에서는 매각을 앞두고 HDC그룹의 주문에 따라 본격적인 군살빼기에 나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창수 사장의 거취도 불투명하다.

'기내식 대란'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수천 전 사장에 이어 2018년 9월 사장에 취임한 한 사장은 1986년 그룹에 입사해 1988년 아시아나항공 창업 멤버로 참여한, 박삼구 전 회장의 최측근 중 한 명이다.

한 사장만큼 아시아나항공을 속속들이 아는 전문 경영인을 찾기 힘든 데다 HDC그룹이 항공업 경험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사장의 예정된 임기(2022년 9월)를 보장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반면 초반부터 HDC그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 한 사장을 포함한 임원진을 대거 교체해 금호의 색깔을 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나항공노동조합 쟁의대책 위원회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고용승계와 권리를 위해 전면 투쟁에 돌입할 것을 결의했다.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단체교섭이 사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중단됐다"며 현 경영진의 총사퇴를 촉구했다.

앞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아시아나항공 매각 대응 대책회의 측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 협력업체 노동자 전원의 고용 관계를 승계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에 이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로 항공업계의 재편이 본격화된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앞날도 단정 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HDC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45%를 보유한 에어부산은 HDC지주의 증손회사가 된다.

증손회사 중 지분 100% 보유가 아닌 업체에는 아시아나IDT와 아시아나세이버도 있다.

김유혁 연구원은 "인수 후 2년의 시간이 있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에 대상 기업의 외부 매각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며 "지분 매입, 외부 매각 외에도 HDC그룹 내 계열사가 인수하는 등의 다양한 옵션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금호리조트 등 다른 계열사의 매각 가능성도 열려있다.

한편 투자은행(IB)업계 등 일각에서는 HDC가 향후 아시아나항공 자산을 기초로 3천억원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HDC가 아시아나항공의 주식과 자산을 이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일종의 차입매수라는 것이다.

HDC가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범현대가 기업에 매각해 4천억원가량의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대해 HDC 측은 "아직 EB 발행 등 구체적인 방법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