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바다세상](43) 아직 풀지못한 홍합의 일정한 암수비율 미스터리

속살이 적황색이면 암컷, 유백색은 수컷, 그리고 암수 전환 과정만 규명
말린 것이 사람 몸에 가장 좋아…허(虛)를 보(補)하는 음식으로 알려져
남해안에서는 '담치'로 불리는 홍합은 물속 바위에 붙어사는 조개다. 홍합은 물속에서도 접착성이 강한 '폴리페놀릭'이라는 접착성 단백질을 분비해 몸을 바위에 고정한 채 바닷물 속에 있는 미생물을 걸러 먹고 산다.

삶으면 투명하면서도 뽀얀 국물이 우러나고 속살은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홍합은 굴이나 꼬막처럼 자라면서 필요에 의해 성이 바뀐다. 생식 주기가 1년인데 체내 생식소 성숙 정도에 따라 암컷이 되기도 하고 수컷이 되기도 한다.

일부는 성이 안 변하는 개체도 있다.

암수 비율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는데 그 비율이 어떤 체계로 결정되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암수 구분은 속살 색으로 가능하다.

적황색은 암컷이고, 유백색은 수컷이다.
홍합은 예로부터 여성을 상징하는 조개로 불려왔다. 한창훈의 소설 '홍합'을 비롯해 많은 글 속에서 그런 의미의 소재로 등장한다.

중국 사람들은 옛날부터 홍합을 동해부인(東海夫人)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는 홍합을 많이 먹으면 속살이 예뻐진다.

즉 성적인 매력이 더해진다고 믿은 데 따른 것이다.

규합총서에는 '바다에서 나는 것은 다 짜지만 유독 홍합만 싱거워 담채(淡菜)라고 하고 동해부인이라고도 한다'고 기록됐다.
홍합은 우리 바다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조개였던 만큼 여러 고서와 한방서에도 자세하게 소개돼 있다.

정약전 자산어보에는 '몸은 앞이 둥글고 뒤쪽이 날카롭다.

큰 놈은 길이가 1자 정도이고 예봉(銳峯) 밑에 더부룩한 털이 있으며 수백 수천마리가 돌에 달라붙어 무리를 이루며 조수가 밀려오면 입을 열고 밀려가면 입을 다문다.

살의 빛깔은 붉은 것도 있고 흰 것도 있다'고 자세하게 묘사돼 있다.

또 '맛이 감미로워 국을 끓여도 좋고 젓갈을 담가도 좋으나 말린 것이 가장 사람 몸에 좋다.

콧수염을 뽑을 때 피가 날 경우 홍합 수염을 태워 그 재를 바르면 효험이 있다"고 했다.

황필수의 방약합편에는 '오래된 치질을 다스리며 허(虛)를 보(補)하고 음식을 소화하며 부인에게 아주 유익하다'고 했고, 다른 한방고서들에도 '간과 신장을 보하고 허약과 피로로 인한 어지럼증, 원인불명의 요통에 좋은 약이다'고 적혀있다.
홍합을 이용한 토속음식 중 대표적인 것이 '섭죽(섭국)'이다.

강원도 북부지역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

물에 한 시간 정도 불린 쌀, 홍합, 감자에 고추장을 풀고 물을 넉넉하게 저어 1시간 정도 끓이면 쌀알과 감자가 퍼진다.

이때 풋고추와 양파를 넣고 다시 끓여내는데 맵싸한 맛이 입맛을 돋우고 쫄깃하게 씹히는 홍합의 살이 감자와 어우러지는 맛이 일품이다.

감자가 푹 퍼져야 깊은 맛이 나서 좋고 여름철 더울 때 이열치열로 먹으면 더 좋다.

홍합의 제철은 산란기 전인 늦겨울부터 봄까지인 2∼4월이다.

Tip; 홍합의 종류는 다양하다.

한국의 홍합은 주로 참담치, 진주담치로 분류된다.

참담치는 토종으로 다른 것에 비해 크기도 크고 속살 역시 굵고 크다.

그만큼 귀한 대접을 받는다. 시중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진주담치는 지중해담치라고도 불리는데 수십년전 바다를 통한 교역이 늘어나면서 바다를 건너온 외래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