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 일주일] "일시적 2주택자 기준이 뭐죠" 시장 혼란 여전

재건축 이주비 대출 예외규정 모호…정비사업 단지 "대출 못받나" 긴장
"양도세 중과 풀어도 대출 중단, 자금출처 조사" 엇박자 논란도

정부가 12·16대책 발표가 일주일이 됐지만 사전 예고 없이 급박하게 내놓으면서 부동산 시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적용 대상이나 예외 규정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시중 은행 교육 없이 대출 중단부터 선언하면서 당장 대출을 이용해야 할 실수요자들은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해 울분을 터트리고 있다.

강남 등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이주비 대출이 중단될까 봐 멘붕 상태다.

정부는 이번 15억원 초과 대출 중단 대상에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이주비와 중도금, 추가분담금 대출 등이 모두 포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합원이 1주택자로서 조합설립 인가 전까지 1년 이상 실거주한 경우'만 공개하고 나머지 예외규정을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주비는 통상 해당 아파트의 시세가 아니라 그보다 낮은 종전자산 가치를 감정평가한 금액에서 지급됐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 기준이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조합은 "은행에 물어봐도 모른다고만 한다"며 애태우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예외 규정과 대출 기준 등을 확정해 조만간 공개할 전망이다.시장에선 정부가 대출 규제를 꽁꽁 묶어 놓은 상황에서 매물이 나온다고 제때 소화가 되겠냐며 '엇박자 정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 모(58) 씨는 "양도세 중과 유예로 다주택자에게 매도 기회를 줬다지만 대출을 같이 막아버리며 누가 집을 사겠느냐"며 "10년 이상 보유한 매물은 투기꾼 소유도 아닌데 원활한 거래를 위해 대출 규제도 함께 풀어줘야 앞뒤가 맞는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규제지역내 고가주택에 대한 자금출처를 전수조사하고 '주택거래 허가제'와 유사한 효과가 나오도록 거래를 점검하겠다고 밝힌 것도 매수세를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부동산 카페 등에는 "집을 사고 싶으나 15억원 이상 구매시 곧바로 세무조사로 이어질까 봐 못 사고 있다"는 글들이 올라온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이미 지난달부터 이어진 실거래가 조사와 합동단속으로 대책 발표 2∼3주 전부터 매수세가 위축됐는데 이번 대책으로 초고강도 조사가 이뤄지면 자영업자나 현금 부자들은 더욱 집을 사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매수 금액에 대한 소명이 가능하더라도 본인과 부모 회사의 세무조사로 이어질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정부의 거래 단속 의지가 삼엄해서 특히 고가주택은 보유세 부담으로 집을 팔고 싶어도 웬만큼 싼 가격이 아니면 쉽게 살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강력 대출 규제가 결국 서민들의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갭투자자들은 어차피 전세를 끼고 집을 사 대출 규제에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강동구 고덕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강남의 전세가율이 50% 선인데 9억원 초과 아파트가 집중된 곳에서 전세가 끼어 있으면 어차피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40%를 넘어 추가 대출이 불가능했다"며 "전세를 끼고 구입하는 투자 수요보다 실제 입주를 해야 하는 실수요자들의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갈아타기 수요의 불만도 상당하다.

일단 9억원 초과 주택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쉽지 않은 데다 조정대상지역내 일시적 2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혜택일이 종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되고, 1년 이내 해당 주택으로 반드시 전입해야 하는 등 규정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성북구 성북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주택경기가 불투명한데 1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 집을 팔고 새집을 사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이 기간이 맞아떨어지지 않을 경우 집을 못 사는 게 아니냐며 걱정한다"고 주변 주민들의 반응을 전했다.

기존 세입자가 있는 경우 언제까지 집을 사고 팔아야 하는지도 모호하다.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면서 대책의 내용이 어떻게 바뀔지도 장담할 수 없다.노원구 중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기존 세입자가 있으면 전세 기간인 최대 2년까지 전입을 유보해준다고 하는데 그럼 기존 주택도 2년 이내에 팔면 되는건지 명확한 설명이 없다"며 "궁금증이 빨리 해소되지 않으면 한동안 주택 거래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