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3일 한·중 정상회담, '사드 보복'부터 할 말 제대로 해야

동북아 외교에서 아주 중차대한 한 주가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 리커창 총리와 잇달아 만난다. 24일 청두에서 열리는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에 앞서 중국 최고 지도부와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이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징용공 배상 판결, 수출규제 등 양국 현안을 놓고 한·일 정상회담을 한다. 1박2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그 중요도 면에선 과거 어느 때보다도 무게가 있다.

문 대통령은 중국 지도부와의 회담에서 북한 핵문제에 대해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 요청과 함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갈등을 종식시켜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3년 넘게 집요하게 이어진 중국의 ‘사드 보복’을 제쳐놓고 양국 관계의 ‘완전한 정상화’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금도 한국 대중문화와 게임의 중국 진출이 막혀 있고,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도 사실상 통제되고 있다. ‘애초에 북핵이 없었다면 사드 배치도 없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시키고 실질적인 해제 조치를 끌어내야 할 것이다.그러려면 중국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한국 외교에 대한 깊은 반성과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단호한 자세가 절실하다. 그 출발이 ‘사드 보복’ 해결이어야 한다. 2년 전 ‘3불(不)’ 합의까지 해줬음에도 중국은 달라진 게 없고 툭하면 소국(小國) 운운하며 억지를 부린다. 상대가 약속을 안 지키는데 ‘사드 추가배치 금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금지’라는 주권국가로서 굴욕적인 ‘3불’ 합의를 유지할 이유가 있겠는가.

때마침 미·중 무역전쟁 1단계 합의로 국제 무역질서도 최악의 경색국면에서 벗어날 조짐이다. 대외적으로는 자유무역을 내세우는 중국에 대해 그에 걸맞게 ‘사드 보복’부터 풀라고 당당하게 요구할 때다. 그게 주권국가로서 기본 자세이고,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로 가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