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마이너스 금리'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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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금리의 핵심 목표는 경기 부양이다. 기준금리가 0% 밑으로 떨어지면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지급준비금을 맡길 때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수수료’를 내야 한다. 중세 금 세공업자들이 개인의 금을 맡아 주면서 보관료를 받던 것과 같다. 금 세공업자들이 위탁받은 돈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면서 더 높은 수익을 올리고 투자를 활성화했던 것처럼 은행들이 돈을 쌓아두지 말고 기업과 가계에 투자하라는 의미다.그러나 각국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뜻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스웨덴의 경제성장률은 2015년 4.4%에서 올해 1.2%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집값은 매년 10% 안팎 급등했다. 돈이 부동산에 몰리면서 가계부채가 치솟았다. 집값 거품과 가계부채 때문에 금융위기로 번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와 비슷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올 들어 세계는 금리, 경제성장률, 물가 등 3대 핵심 분야에서 ‘트리플 마이너스’의 홍역을 앓고 있다. 주요국이 경기 부양에 실패하거나 미·중 무역전쟁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으면 ‘R(recession·경기 침체)’과 ‘D(deflation·지속적 물가 하락)’보다 더 큰 충격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결국 스웨덴 중앙은행이 지난주 기준금리를 제로(0%)로 올렸다.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 폭증 등 부작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마이너스 금리 포기 이후 유럽 국채 금리는 오름세로 돌아섰다.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플러스로 전환했다.‘마이너스 금리 실험’은 중앙은행의 이자율 정책이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기준금리 연 1.25%로, 5년째 1%대 초저금리 상태를 유지하면서 경기부진 속 집값 급등 등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이 금리정책이라는 약을 처방할 때는 환자의 몸 상태를 잘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감기를 독감약으로 다스리면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는 얘기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