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신원미상 유골 소식에 간절한 5.18행불자 가족

"40년간 풀지 못한 한, 이제라도 풀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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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암매장지로 꼽혀오던 옛 광주교도소 무연고자 공동묘지에서 신원 미상의 유골 40여구가 나오자 5·18 당시 행방불명된 사람의 가족들은 일말의 기대감을 나타냈다. 5·18 행불자 가족 남진현(78)씨는 1980년 5월 22일 당시 15살이던 늦둥이 동생을 잃어버렸다.

23살 차이로 자식처럼 돌보던 동생이 오전에 외출했다가 점심시간이 지나도 들어오지 않자 더럭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집에 있었던 아버지와 아버지의 친구까지 나서 전남도청 등을 돌아다니며 애타게 찾았으나 동생은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의 친구가 상무관 앞에서 군용 트럭에 탄 동생이 어디론가 끌려가는 모습을 봤다는 증언이 동생과의 마지막 인연이 됐다.

이후 어디에선가 시신·유골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남씨와 아버지와 함께 동생을 찾아 전국 팔도를 헤매고 다녔다.

남씨는 23일 "시신이 나왔다, 유골이 나왔다고 하면 어디가 됐든지 모두 찾아다녔다"며 "매번 5·18과 관련이 없다는 소식에 실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유족들은 시신이라도 있어서 제사라도 지내고, 5·18 기념일이 되면 묘에 찾아가 보기라도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에 교도소 공동묘지에서 나온 유골이 비정상적으로 묻혀있다고 하니 행불자가 아닌지 기대된다"며 "유전자 검사를 통해 한 사람만 일치되면 5·18행불자 유골들일 가능성이 크지 않겠냐"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도 행불자를 찾아볼 만한 곳이 많이 있을 것 같다"며 "곧 출범할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제보와 증언을 수집해 다시 한번 행불자 발굴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1980년 5월 19일 아침을 먹고 나간 뒤 행방불명된 정복남씨의 형 정옥남(73)씨도 "유골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옛 광주교도소 부지를 찾아가 보고 오는 길"이라며 "내 동생이 아니더라도 누가 됐든지 행불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어 "유전자 검사라는 게 하루 이틀 만에 되는 것이 아니어서 결과를 차분히 기다려볼 것"이라며 "40년을 기다려왔는데 그걸 못 기다리겠느냐"고 말했다.

아울러 "행불자 가족들도 나이가 많아 이미 사망한 사람이 많다"며 "더 많은 사람이 사라지기 전에 이번에는 꼭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