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무마 의혹' 조국 구속 위기…직권남용 인정될까(종합)

윤석열, 장고 끝 영장 청구 결단…'유재수 비위 어디까지 알았나' 쟁점 될 듯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유재수(55·구속기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구속 위기를 맞으면서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법원 판단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조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26일 열린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영장청구서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이 유 전 부시장을 감찰하는 데 대한 무마 혐의와 금융위원회에 자체 징계 없이 사표를 수리하게 한 부분 등 2가지를 구체적인 직권남용 사실로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지난 16일과 18일 조 전 장관을 피의자로 조사하며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본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주말 내내 고심 후 수사팀 의견을 존중하는 쪽으로 최종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8월 '가족 비리' 의혹 사건을 시작으로 조 전 장관을 겨냥한 수사를 벌여 왔지만, 구속수사를 시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조계에서는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한 그간의 수사 내용이 이런 결단의 이유가 됐을 것으로 예상한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 관련자들의 진술을 충분히 확보했고, 압수수색 등을 통해 혐의 입증에 필요한 소명자료를 확보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핵심 쟁점은 감찰 중단의 최종 책임자인 조 전 장관이 유 전 부시장의 비위 내용을 어느 정도 선에서 파악하고 있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서 유 전 부시장의 비위 내용을 파악하고도 당시 유 전 부시장 소속 기관인 금융위에 사표를 내도록 하는 선에서 마무리한 조치가 재량권 범위를 넘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본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을 재판에 넘기며 "(유 전 부시장의) 중대 비리 혐의 중 상당 부분은 대통령비서실 특별감찰반 감찰 과정에서 이미 확인되었거나 확인이 가능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은 청와대가 유 전 부시장으로부터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아 포렌식까지 했지만 돌연 감찰을 중단한 부분을 의심한다.

조 전 장관은 감찰 당시 "주변에서 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본인의 동의가 있어야 감찰 조사가 가능한데 유 전 부시장이 거부해 조사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런 한계 속에서도 확인된 비위 혐의를 금융위에 통보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 과정이 적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본다.

청와대가 비위 혐의와 내용을 전달했을 뿐 포렌식 등 감찰 자료를 금융위에 넘기지 않은 채 금융위 자체 조사 등 고유의 감찰권 행사를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비위 혐의가 있으면 소속 기관의 장이 판단해 내부 감찰을 먼저 한다.

때에 따라서는 감사원이나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게 되는데 이런 절차를 거쳐 혐의가 특정되면 이후 징계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명의 입장문에서 "검찰 수사를 의뢰할지, 소속 기관에 통보해 인사 조치를 할지는 민정수석실의 판단 권한"이라며 "청와대가 정무적 판단과 결정을 일일이 검찰의 허락을 받고 일하는 기관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유 전 부시장 사표 수리도 감찰 범위 안에서 이뤄진 인사 조치란 것이다.

청와대의 감찰 당시 파악된 내용은 검찰이 강제수사를 동원해 밝혀낸 내용과 차이가 크며, 사표 수리 외에 수사 의뢰 등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조 전 장관이 형사적 책임을 질 만한 일은 아니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조 전 장관도 "정무적 최종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 전 부시장의 감찰 문제를 놓고 이른바 '3인 회의'에서 백 전 비서관, 박 전 비서관의 의견을 들은 뒤 감찰 중단을 결정했다는 진술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독단적으로 무리한 결정을 내린 게 아니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 재직 시기를 전후해 금융업체 대표 등 4명으로부터 5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이미 구속기소 됐다.

감찰 당시 이런 범죄사실의 상당 부분을 청와대가 이미 알고 있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검찰은 그간의 수사자료를 법원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던 가족 비리 의혹 수사 때와 달리 감찰 중단 의혹과 관련해서는 검찰에 나와 상세하게 본인의 입장을 진술한 조 전 장관은 26일 예정된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직접 법정에 나와 검찰 측과 혐의 유무를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은 검찰이 주장하는 범죄사실의 소명 정도, 수사 진행의 경과 및 전후 사정 등을 고려해 구속 필요성을 따진다.

일각에서는 이 사건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건과 비교하기도 한다.

두 사건 모두 민정수석 시절 벌어진 직무 범죄 의혹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우 전 수석은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 등 공직자·민간인 불법사찰 혐의로 검찰의 영장청구 3번째 만인 2017년 말 구속됐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은 자신과 주변에 대한 감찰을 막기 위해 국가정보원 등을 동원해 이 전 특별감찰관을 불법사찰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는 점에서 조 전 장관 사건과 차별점이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우 전 수석의 경우 직권남용 혐의의 동기가 비교적 뚜렷하게 보였던 반면 조 전 장관이 감찰을 중단하도록 한 동기가 '정무적 이유' 외에는 분명히 드러나지 않을 경우 법원이 다른 판단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