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카슈끄지 재판 '꼬리자르기' 비판 적극 방어(종합)

카슈끄지 아들 "'부친 살해범에 사형' 사우디 사법부 신뢰"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재판을 둘러싼 국제적 비판이 커지자 사우디 측이 이를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나섰다. 사우디 법원은 지난해 10월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5명에게 23일 1심에서 사형을 선고했지만 정작 배후로 의심받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최측근은 무죄 석방됐다.

이를 두고 유엔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서는 왕가를 비호하려는 '꼬리 자르기식' 판결이라는 비판 여론이 비등하는 분위기다.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조사하고 기소한 사우디 검찰의 샤알란 알샤알란 대변인은 2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터키의 사우디 주재 대사관 대표단이 재판을 방청했다"라고 말했다. 이 사건의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객관적 투명성을 확인하기 위해 외국의 외교관이 참관했다는 것이다.

사우디 정부 기구 인권위원회의 아우와드 알아우와드도 "재판에서 피고인의 권리가 국제적 수준에 맞는 사우디의 규율로 보장됐다"라며 "이번 판결은 독립적이고, 공정한 사우디 사법부의 역량을 명확히 증명하는 사례다"라고 주장했다.

사우디 국영 일간 아랍뉴스는 피고인과 검찰 모두 이번 1심 판결에 항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24일자 1면에 카슈끄지의 웃는 얼굴과 함께 '자말을 위한 정의'라는 제목을 큼지막하게 달았다.

카슈끄지의 아들 살라는 23일 재판부의 선고 뒤 트위터에 "오늘 사법부가 우리 가족에게 정의를 실현했다.

정의를 이루기 위해 봉사하는 사우디 사법부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공정한 사법 체계는 정의와 신속한 재판이라는 두 가지 원칙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번 판결은 불의하지도, 지연되지도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을 보는 국제 사회의 시선은 따갑다.

카슈끄지 살인사건을 조사해온 아녜스 칼라마르 유엔 초법적 사형에 관한 특별보고관은 23일 APTN과 인터뷰, 트위터 등에서 사우디 법원의 판결을 두고 "가식적인 정의이며 정의에 대한 조롱이다"라고 비판했다.

칼라마르 보고관은 "청부살인업자는 유죄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주동자들은 자유롭게 걸어 나갔다"라며 "심지어 주동자들은 제대로 조사를 받지도, 재판을 받지도 않았는데 이는 정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린 말루프 중동연구국장 역시 사우디 법원 재판이 비공개로 진행됐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카슈끄지와 그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정의도, 진실도 가져다주지 못한 눈가림"이라고 비판했다.

카슈끄지가 기고했던 워싱턴포스트(WP)의 프레드 라이언 발행인 겸 최고경영자(CEO)는 "과정이 전혀 투명하지 않았고, 사우디 정부가 수사기관과 협조하지 않은 것은 이번 재판이 엉터리였다는 방증이다"라고 말했다.

타마라 코프먼 위츠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적법한 절차가 없는 절대 왕정 체제에서 비밀 재판은 공정하지도 투명하지도 않다"라며 "공권력의 행위에 사우디 정부가 진정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사건이 일어난 터키 역시 외무부 성명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밝히지 못했고, 정의를 실현하는 데 한참 못 미치는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