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새해 다이어트, ‘직관적·구체적’으로 세워야 목표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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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365mc병원 안재현 대표원장연말연시에는 한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내년을 계획하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목표로 다이어트를 들 수 있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새해에 꼭 이루고 싶은 일 1위가 ‘다이어트·운동’이었다. 실제로 송년회 시즌이 끝난 뒤에는 진료실 문을 두드리는 다이어터가 부쩍 늘어난다. ‘작년보다 날씬한 나’를 꿈꾸며 자신을 혹독하게 다스리기 위해서다. 매년 한 살씩 먹는 만큼, 나잇살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매년 다이어트 의지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새해결심을 꾸준히 이어가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는 바쁜 일상에 치여 흐지부지되기 십상이다. UCLA 의대 연구에 따르면 새해 결심을 1년간 지속한 사람은 겨우 8%에 그친다. 의지·시간·체력 부족 등이 이유로 꼽힌다.
2020년, 조금 더 날씬해지고 싶다면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인 목표를 확고히 세워보자. 단순히 ‘다이어트’ ‘체중감량’ 같은 두리뭉실한 목표는 동기부여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단계별 목표와 계획을 수립하는 게 필수다. 비만클리닉 의사로서 가장 경계하는 것은 ‘단기간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예컨대 ‘한달 안에 10kg 감량’ ‘2주 안에 복부둘레 10인치 줄이기’ 같은 목표를 들 수 있다.
초보 다이어터라면 ‘횟수’부터 제한해볼 것을 권한다. 어젯밤까지 야식으로 치킨을 먹다가 다음날 당장 샐러드만 먹기엔 너무나 가혹하다.
우선 너무 좋아하지만 건강에는 해로운 식품의 섭취 횟수를 줄여보자. ‘1주일에 빵 2개만 먹기’ ‘치킨은 한 달에 두 번만 시키기’ ‘하루에 2끼는 쌀밥 대신 현미밥으로 대체하기’ 등을 들 수 있다. 이 정도 수준의 식욕조절이 다이어터에게 너무 ‘후하다’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체중감량에 앞서 3일간만 식단일기를 작성해보면 자신이 매일 얼마나 많은 음식을 먹는지 놀랄 것이다.
심지어 처음에는 이같은 ‘약간의 횟수조절’조차 어렵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고 성공함으로써, 다이어트 성공에 대한 의지를 보다 견고히 다질 수 있다.
다이어트의 핵심은 ‘평생 안 먹기’가 아닌 ‘식탐을 조절해 평생 날씬하게 살기’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좋아하는 음식을 무조건 거부하다간 이후 음식 앞에 식욕이 폭발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단, 탄산음료의 경우 줄여나가는 것보다 애초에 끊을 것을 추천한다. 평소 많이 먹지 않아도 자꾸 살이 찌는 다이어터는 대체로 ‘탄산음료를 너무 사랑하는 유형’에 속한다. 탄산음료뿐 아니라 달콤한 음료수 전반을 달고 사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액상과당은 다른 식품에 비해 인체에 흡수돼 지방으로 저장되는 프로세스 자체가 빠르다. 밥을 많이 먹지 않아도 달달한 음료수를 달고 살다 보면 점점 체중이 불어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시간’에 너무 집착하지 않는 게 좋다. 대다수 다이어터는 새해 체중감량을 위한 운동을 결심하기 마련이다. 거리에서 나눠주는 피트니스 할인 전단지를 경건히 받아들이고 운동을 등록한다. 하지만 이내 2월, 3월이 되어갈수록 점점 운동 빈도가 줄어든다.
이유는 단순하다. 귀찮은 것은 물론, 재미까지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살을 빼기 위해 무조건 하루에 한시간씩 러닝머신 위를 뛰거나 고정 사이클을 지루하게 돌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이 흥미로워하는 운동에 나서는 것이다. 줌바, 필라테스, 수영, 아쿠아로빅, 댄스 등 몸을 즐겁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좋다.
‘시간이 없다’는 사람들에게는 ‘HIT(High-Intensity Training)’를 추천한다. 이는 ‘힘들게, 짧게, 가끔, 안전하게’를 목표로 하는 고강도 트레이닝이다. 2~3분 워밍업을 한 뒤 전속력을 다해 20초 동안 사이클을 타거나, 달린 뒤 잠깐 휴식을 취하고 이같은 동작을 2~3번 반복하는 것이다. 5분 남짓이면 운동이 끝나는데 이를 1주일에 3번 정도만 해도 된다. ‘HIT’운동법은 근육 조직의 최대 70~80%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단백질 위주의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고 점심시간 짬을 내 ‘짧고 굵게’ 운동하는 것만으로도 눈에 띄게 납작해진 복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고강도 운동인만큼 충분한 준비운동 및 휴식시간을 확보하고, 부상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매년 ‘다이어트’가 새해 목표의 상위권을 유지하는 것은 그만큼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추상적인 ‘운동’ ‘식단조절’ 같은 것보다 작은 습관을 변화시키며 하나하나 미션을 수행해나가는 ‘직관적인 목표’를 세우는 게 보다 유리하다. 열심히 체중감량에 나선 뒤에도 허벅지·팔뚝이 굵어 고민이라면 그때는 의학의 힘을 빌려 지방흡입에 나서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