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있었어?'…희미해져가는 크리스마스 씰에 대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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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씰, 1902년 덴마크 우체부 처음 만들어
국내에 1932년 첫 도입…1953년부터 매년 발행
작년 기준 판매 모금액 10년 전 비해 절반 줄어
스마트폰 보급·공공기관서 강제 판매 금지·결핵 대한 인식 변화로

그 당시 크리스마스 씰을 우표로 착각해 대신 붙였다 반송됐던 난감한 일도 있었는데, 그때는 아마 씰만 붙여도 우편물이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 같다. 늦어도 2010년 초반 때까지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크리스마스 씰과 관련된 기억 하나쯤은 있을 테다. 그런데 어느샌가 우리의 주변에서 크리스마스 씰이 없어진 느낌이 든다. 왜일까.◆ 결핵 유행이던 19세기…덴마크 우체부가 결핵 아이들 돕기 위해 씰 만들어
크리스마스 씰은 19세기 말, 결핵이 온 유럽에 만연하던 시기에 덴마크의 한 우체국 직원이 카드와 소포에 씰을 붙여 판매하면 결핵을 앓는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것부터 시작 됐다.

60여 년 넘게 이어져 온 크리스마스 씰. 씰을 판매하며 모인 돈은 매년 취약계층 결핵 환자 발견, 환자 수용시설 지원, 학생 결핵 환자 지원, 결핵홍보, 결핵균 검사와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학교서 강매 금지·결핵 대한 인식 변화로 흔적 감춰가는 씰
좋은 취지에도 크리스마스 씰 판매량은 급감하는 추세다. 크리스마스 씰 모금액은 2008년 57억 원에서 지난해 24억3천만 원으로 절반 이상 크게 줄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결핵협회 관계자는 "과거보다 결핵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2017년 기준 한국은 10만명 당 결핵 발생률 70명, 사망률은 5명으로 각각 OECD 회원국 중 1위"라며 "제도 사각지대의 소외된 결핵 환자를 지원하기 위해 씰을 통한 활발한 모금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2014년부터 학교 등 공공기관에서 의무적으로 크리스마스 씰을 학생들이 사도록 강제하는 일이 사라지는 것이 법제화돼 씰에 대한 수요 자체가 준 것도 있다.◆ 60년간 국내서 발매됐던 크리스마스 씰
수요가 줄었지만은 크리스마스 씰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했다. 우리나라 첫 씰은 1932년으로 남대문을 소재로 했다. 우리나라에 씰을 도입한 셔우드 홀은 거북선을 소재로 한 씰을 발행하려 했지만,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상황때문에 소재를 바꿨다. 홀이 제안했던 거북선은 30여년이 지난 1967년에 등장했다.이듬해는 캐럴을 부르는 소년소녀를 그려넣은 씰이 20만매가 발행됐다. 1937년 씰은 운보 김기창 화백이 팽이치는 소년들로 도안했다.
일본과 독도 관련 마찰이 유난히 많이 잦았던 2006년에는 독도, 2009년에는 세계피겨선수권 대회서 세계신기록을 세웠던 김연아가, '뽀통령' 붐이었던 2011년에는 뽀로로와 친구들, 2016년에는 독립운동가 10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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