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영화·공연에 웹툰 열풍…콘텐츠 시장의 주역이 되다

웹툰 원작 2차 창작물 급증

올해 제작 작품수만 20여 편
원소스멀티유즈 전략 핵심으로
스릴러·로맨스·사극 등 다양
글로벌 新한류 열풍 이끌어
조금산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시동’. /NEW 제공
영화 ‘시동’, 드라마 ‘녹두전’, 연극 ‘우리집에 왜 왔나’,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 올해 각 부문에서 주목받은 화제작이다. 이 작품들엔 공통점이 있다. 웹툰이 원작이라는 것이다. 웹툰만의 독특하고 참신한 발상을 잘 살려 장르의 특성에 맞게 재탄생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웹툰이 국내 콘텐츠 시장의 중심에 섰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영화, 공연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제작된 작품 수만 20여 편에 달한다. 웹툰은 원작의 지식재산권(IP)을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원소스멀티유즈(OSMU) 전략의 핵심 분야로 꼽힌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으며, 거대 콘텐츠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뉴 한류’ 주역으로 부상

윤태호 작가의 ‘미생’과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는 웹툰 OSMU 전략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미생’은 드라마, ‘신과 함께’는 영화와 뮤지컬로 만들어져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웹툰이 기발하고 참신하면서도 수준 높은 창작 콘텐츠들의 원천으로 급부상하면서 스릴러, 로맨스, 사극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2차 창작물로 거듭나고 있다. 올해 드라마로는 ‘녹두전’을 비롯해 ‘좋아하면 울리는’ ‘타인은 지옥이다’ ‘쌉니다 천리마마트’ ‘어쩌다 발견한 하루’ 등이 만들어졌다. 영화는 ‘시동’ ‘아내를 죽였다’ 등이 제작됐다. 공연 시장에서도 웹툰을 각색한 작품이 급증했다. 연극 ‘우리집에 왜 왔니’ ‘그대를 사랑합니다’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뮤지컬 ‘나빌레라’ ‘이토록 보통의’ ‘원 모어’ 등이 무대에 올랐다. 내년 상반기께 공개될 작품들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병헌 주연의 영화 ‘남산의 부장들’과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스위트홈’ 등이 대표작이다.올해 웹툰 시장은 약 1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2016년 5845억원 규모에서 두 배 가까이 커졌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웹툰의 시장성은 강풀과 윤태호 등 인기 작가의 작품들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져 인기를 얻으며 입증됐다”며 “이로 인해 웹툰 자체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최근엔 OSMU 기법이 진화하며 웹툰이 국내 콘텐츠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웹툰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뉴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미국, 유럽, 일본, 동남아시아 등 100여 개국에 진출했다. ‘네이버웹툰’ ‘라인웹툰’ ‘라인망가’ 등 네이버 계열 플랫폼의 올해 해외 거래액은 약 6000억원, ‘카카오페이지’ ‘픽코마’ 등 카카오 계열 플랫폼의 올해 해외 거래액은 약 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인력과 자금도 몰리고 있다. 웹툰 통계분석업체 ‘웹툰가이드’에 따르면 웹툰 작품 수는 2014년 2083편에서 올해 1만1376편으로 다섯 배 이상 늘었다. 현재 웹툰 플랫폼 수는 61개, 웹툰 작가 수는 7596명에 달한다. 작가들의 평균 수입도 크게 늘어났다. 네이버웹툰에 연재하고 있는 작가(359명 대상) 중 62%의 연수입은 올해 기준 1억원을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평균 연수입은 약 3억원에 달했다. 웹툰 작품에 벤처캐피털이 직접 투자하는 사례도 나왔다. 와이얼라이언스 인베스트먼트가 최근 한 국내 웹툰에 2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는 기업공개(IPO)를 할 계획이다.

분업 시스템과 영상 플랫폼 발전 영향

웹툰 IP의 활용도가 높아진 것은 체계적인 분업 시스템 덕분이다. 웹툰을 만드는 회사와 웹툰의 판권을 팔고 영상을 제작하는 스튜디오로 나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다. 네이버웹툰은 자회사 ‘스튜디오N’,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M’, 레진코믹스는 ‘레진스튜디오’를 통해 웹툰을 드라마와 영화 등으로 제작하고 있다.넷플릭스, 웨이브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웹툰 원작의 영상 수요도 늘어났다. 넷플릭스는 ‘좋아하면 울리는’ ‘스위트홈’, 웨이브는 ‘녹두전’을 웹툰 원작으로 제작했다. OTT를 즐겨보는 10~20대를 공략할 영상을 만들기 위해 이용자층이 비슷한 웹툰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영상 콘텐츠 발전과 함께 원천 소스로서 웹툰의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양한 정부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9 만화 연계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토록 보통의’ ‘원 모어’ 등이 이 사업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보다 다양한 2차 연계 콘텐츠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우수한 웹툰 IP 발굴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