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 시험대' CES 가는 권봉석 LG전자 사장…"삼성과의 차별화" 관건

'가전신화' 조성진 전 부회장의 후임으로 LG전자 새 사령탑에 오른 권봉석 LG전자 사장(사진)에게는 한 주 앞으로 다가온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20'이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권 사장은 내년 1월 7~1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0에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과 함께 참석한다. 권 사장은 삼성전자와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8K TV' 홍보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LG전자의 이번 CES 전략은 삼성과의 '차별화'다. 특히 이번 CES에서 삼성전자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의 '8K UHD' 인증을 받기 위해 화질선명도(CM) 값을 모두 50% 이상으로 끌어올린 신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권 사장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에 업계 이목이 쏠린다.

그동안 LG전자는 "삼성 QLED 8K 제품의 CM 값이 12%에 불과해 진정한 8K 화질이라 할 수 없다"고 공격해왔다. 게다가 권 사장은 조 전 부회장과 달리 공격적 경영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2013년 삼성과 LG가 나란히 곡면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시장에서 비교되자 "경쟁사 제품은 디자인 면에서 혹평을 받는다. 우리 제품이 정답"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2017년 CES에서 삼성 QLED와 LG OLED를 비교하며 "경쟁사도 결국 OLED TV를 개발하겠단 목표를 세운 것만 봐도 LG 제품이 더 우수하다"고 언급한 전례도 있다.

권 사장은 삼성전자 QLED와의 비교를 통한 LG OLED TV 차별화에 나설 전망. 그동안 액정표시장치(LCD) 패널과 달리 수율 문제로 가격이 단점으로 지적돼 온 OLED 패널이 내년에는 안정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2013년 OLED TV가 처음 나왔을 당시만 해도 LG전자만 판매했으나 현재는 소니·파나소닉·필립스 등 15개 업체가 OLED 패널 TV를 판매하고 있을 정도로 시장이 성장했다. 가격 역시 올레드 패널 양산을 하기 시작한 2013년 55인치 OLED TV가 1500만원대였지만 지금은 200만원대로 떨어졌다. 가격경쟁력 면에서도 OLED가 해볼 만해졌단 얘기다.
LG전자 조성진 전 부회장(왼쪽)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집무실에서 LG전자 새 CEO에 선임된 권봉석 사장을 만나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LG전자 제공.
내년 2월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20'에서는 새 플래그십 스마트폰 'LG V60 씽큐'를 내놓으면서 삼성 '갤럭시S11'과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CEO에 오르기 전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진 권 사장이 한 해 스마트폰 사업 전략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권 사장은 접는 폰(폴더블폰)에 대해선 다소 보수적 시각을, 5G폰 시장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 사장은 연초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폴더블폰이) 시장이 정말 요구하는 폼팩터인지, UX(사용자경험)는 충분히 준비됐는지 따져볼 때 시기상조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LG전자는 올해 2개 디스플레이로 접었다 펼 수 있는 '듀얼 스크린'으로 새로운 스마트폰 수요에 대응했다.권 사장은 당시 간담회에서 "LG는 폴더블보다 앞선 롤러블 디스플레이 기술력이 있고 시장변화에 따라 언제든 대응할 수 있지만, 아직은 듀얼 디스플레이로 5G폰을 충분히 경험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내년 2월에 선보일 V60 씽큐가 전작과 큰 차이가 없는 듀얼 스크린이란 점, 올해 삼성전자 폴더블폰 '갤럭시폴드'의 소비자 반응이 좋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입장에서 변화된 전략을 들고 나올지도 주목된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