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털 중위권 밀린 청호나이스…LG전자 출신 '구원투수' 투입

오정원 대표이사 사장 승진
오정원 사장
실적 부진과 성장 정체 등 이중고에 빠진 청호나이스에 LG전자 출신이 구원투수로 투입된다. 청호나이스는 한때 혁신적인 기능의 정수기를 내놓으며 웅진코웨이를 추격하는 등 ‘렌털명가’로 불렸으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렌털업계 중위권으로 주저앉았다.

청호그룹은 오정원 청호나이스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를 통해 청호나이스는 정휘철 부회장과 함께 오 사장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된다.오 신임 사장은 1962년생으로, LG전자에서 터키법인장과 RAC(가정용에어컨)사업부장(상무) 등을 지냈다. 이후 에이스냉동공조 사장을 거쳐 올 1월 청호나이스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오 사장은 청호나이스에서 영업과 경영지원 총괄을 맡아 왔다. 청호나이스는 지난 1년 동안 정 부회장 단독대표 체제로 운영됐다.

국내 렌털시장에서 청호나이스가 처한 상황은 좋지 않다. 저수조(물탱크)가 없는 직수 방식의 정수기가 인기를 끌면서 이 시장이 급성장했으나 청호나이스는 RO 멤브레인(역삼투 분리막)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의류관리기, 미용기기, 케어 서비스 등 다른 업체들이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꾸준히 내놓으며 급변하는 트렌드에 선제적으로 앞서나간 데 반해 청호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부동의 1위인 웅진코웨이와는 렌털 계정 수가 네 배 이상 차이 나며 격차가 벌어졌다. SK매직과 LG전자에도 밀렸다. SK매직은 ‘가성비’를 내세운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로 계정을 늘렸고, 정수기를 앞세워 렌털사업에 뛰어든 LG전자 역시 공격적으로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오 사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청호나이스는 내부적으로 재정비 작업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청호 관계자는 “내년부터 생활가전 신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이며 업계에서 입지를 다시 굳혀나가겠다는 게 내부 전략”이라고 말했다.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로 쌓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제품들과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앞세워 역전의 기회를 노린다는 것이 새로운 최고경영자(CEO) 발탁 배경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